대한민국 음주살인 보고서

[제349회 이달의 기자상] 심영구 SBS 마부작침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 / 전문보도부문

심영구 SBS 마부작침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 “음주운전=살인” 데이터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한다.” 故 윤창호 씨 사망에 대해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이후 고인 이름을 붙인 법이 두 개나 만들어졌습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 뒤 음주운전 적발도, 사고도 크게 줄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취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간 음주운전 기사는 많이 나왔기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보고 싶었습니다. 먼저 ‘살인’이라고 부를 만한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얼마나 되는지 찾아봤습니다. 술 마시고 사고 낸 가해 운전자는 무사하거나 부상에 그쳤는데 피해자만 사망한 사고를 ‘음주살인’으로 규정해 데이터를 살폈습니다. 전국 경찰서별 음주운전 단속 건수를 최초 입수해 공개했고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을 읍면동 단위로 파악해 지역적 특성이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음주운전 당사자들에게 왜 반복해서 술 마시고 운전을 했는지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대한민국 음주운전 사고 지도’를 만들어 음주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독자들이 직접 찾아볼 수 있는 반응형 콘텐츠를 제공했습니다.


최근 12년간 ‘음주살인’ 희생자는 윤창호 씨를 포함해 3899명이나 됐습니다. 음주운전 적발과 사고가 경찰 발표처럼 감소세인 건 사실이었지만 경찰 단속이 집중되면 줄었다가 다시 회복되는 추세는 매년 되풀이됐습니다. 상습 음주운전자 적발 비율은 해마다 증가했습니다. ‘음주살인’ 희생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현장 취재, 방송뉴스와 인터넷 기사를 적절히 조합한 하이브리드 보도를 높게 평가해주신 덕분에 영광스럽게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부작침의 이번 보도가 음주운전을 가볍게 보는 인식 수준, ‘윤창호법’은 시행됐지만, 양형기준이 바뀌지 않아 처벌 수위는 그대로인 현실 개선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동안 희생된 ‘음주살인’ 피해자들의 명복을 또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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