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의 탈을 쓴 성매매 카르텔… '여청단'

[제349회 이달의 기자상] 정성욱 중부일보 사회부 기자 / 지역취재보도부문

정성욱 중부일보 사회부 기자. 지난해 5월 익명의 제보 문건을 받았습니다. ‘여성청소년성매매근절단(여청단)’의 실체를 고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여성단체를 표방하는 이들은 대중 앞에선 성매매 업소의 불법행위를 신고하고, 뒤에선 불법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상납금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상납하는 업소를 성매매알선 사이트에 유입시키며 온라인으로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경찰과 주변에 알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쪽 세계가 원래 지저분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개인이 불법업소를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여청단처럼 지자체에 시민단체로 등록해 공익성을 갖추고, 미투 운동과 성매매근절 집회를 열며 대중들의 눈을 속이는 치밀함까지 보인 조직은 없었습니다.


편견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여성단체의 탈을 쓰고 ‘성매매 카르텔’을 형성한 신종 범죄가 단순한 ‘유흥가 뒷얘기’로 비쳐선 안됐습니다. 6개월간 동료 기자와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를 뒤지며 정보를 모았습니다. 수사기관을 불신하는 취재원과 소문의 진위를 의심하는 수사당국 사이를 조율하고 지원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성매매 카르텔의 핵심인 여청단 전 대표를 각종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여청단의 비호를 받으며 경기남부지역 최대 규모로 성매매 오피스텔을 운영하던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여청단이 국내 최대 성매매알선 사이트인 ‘밤의 전쟁’에 성매매 업주들을 가입시키고 운영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취재가 계속되자 위협과 협박도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취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하고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여청단과의 유착 의혹을 끊어낸 수사당국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처럼 살펴주신 최윤정 사장과 중부일보 동료에게 감사드립니다. 취재에 전념할 수 있게 버팀목이 돼주고 힘을 실어준 천의현 부장,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으로 길고 고된 취재를 함께해온 신경민 기자와 영광을 나눕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퇴사해 수상은 같이 못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나아갔던 그에게 공을 돌립니다. 제가 아는 가장 용기 있고 정의로운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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