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영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악플과 이를 조장하는 인터넷 뉴스의 문제점을 다루었다. 무차별적인 ‘실검 기사’나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낚시성 기사 생산, 이로 인한 악플 등은 이미 위험 수위를 한참 넘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지만, 지금 우리는 조회수라는 새로운 시대의 칼과 마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스코어는 암울하게도, 조회수가 압도적 우세다.
‘기레기’라고 멸칭하며 개인의 열악한 윤리 의식을 규탄하기는 쉽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뉴스 생태계의 문제점이 은폐된다. 광고가 뉴스 수익의 70~80%를 차지하고, 대부분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보는 현실에서 뉴스는 언론의 실검에 오르내리는 키워드에 쏠린다. 설상가상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2020년 4월부터 콘텐츠 제공 대가로 언론사에 지급한 전재료를 폐지하고, 뉴스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에 전액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소위 ‘트래픽 장사’가 본격화된다는 뜻이다. ‘양질의 뉴스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최근 발행된 <시사IN> 커버스토리는 ‘탐사 보도와 비영리 저널리즘’이 주제로, 미국의 비영리 독립언론을 취재했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 <위스콘신 워치(Wisconsin Watch)>를 운영하는 ‘위스콘신 탐사보도센터(WCIJ)는 속보 대신 탐사보도를 선택했다. 속보가 중요하지 않으니 제보자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몇 달을 기다리고, 꼼꼼한 팩트체크 과정도 거칠 수 있다. 규모가 작지만 타 언론사와 협업하고, 구독료나 광고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운영하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미국 역시 기성 언론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 심리, 좋은 기사를 원하는 사회적 요구가 합쳐져 비영리 독립언론이 주목 받는 추세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면, 2016년 창간한 <핀치>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정제된 뉴스와 콘텐츠”를 표방하는 여성생활미디어 <핀치>는 유료 멤버십 정책이 특징이다. 독자는 멤버십 회원이 됨으로써 ‘양질의 콘텐츠에 값을 지불하고’ 보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여성혐오 없는 콘텐츠 제작을 후원한다. <핀치>의 기사나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끌어내서 출판된 경우도 여럿이다.
기자나 독자 개인이 디지털 뉴스 생태계의 폭력적인 문법에 대응하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만큼이나 불가능해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어딘가에서는 이 거대한 벽을 뚫으려는 시도가 치열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생산과 수요는 손발이 맞아야 돌아가는 법이니, 좋은 기획과 기사가 묻히지 않도록 독자의 차원에서도 꾸준한 구독과 지지가 필요하다. 습관적 어뷰징 기사 클릭을 멈춰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의 목적을 상실시키고, 포털보다 뉴스 원문을 공유하는 것 또한 방법이다. 펜과 조회수라는 새로운 싸움에서 무엇이 더 강한지, 함께 부딪치고 맞설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