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종면 임명부결 후폭풍…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만"

임명동의 투표 50% 이상 반대… 사측 "내달 3일까지 새 후보 임명"

노종면 YTN 앵커의 보도국장 임명동의안 부결에 YTN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노 앵커가 지난 10년 YTN의 공정보도 투쟁을 이끈 상징적 인물이었던 만큼 임명동의안 부결을 두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반대표가 더 많았던 배경에는 개인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YTN 보도와 운영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결과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YTN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보도국 및 계열사 구성원 374명을 대상으로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를 실시했다. 347명(92.78%)이 참여한 가운데 176명(50.72%)이 반대했고, 찬성은 171명(49.28%)에 그쳤다. ‘노종면 보도국장 임명동의안’은 과반수 미달로 부결됐다.


현덕수 YTN 보도국장은 ‘최남수 사장 퇴진 파업’ 승리 직후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치러진 임명동의 투표에서 찬성률 77.75%로 자리에 올랐다. 당시 찬성표를 던졌던 구성원 가운데 약 30%가 1년6개월 만에 반대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노 앵커의 임명동의안 부결에 담긴 의미가 크다.


먼저 노 앵커가 복직 후 보여준 성과가 미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팎의 기대를 모았던 ‘더뉴스’의 부진, 지난해 제시한 보도혁신안과 보도국장 후보 내정 후 발표한 보도국 운영계획서 등에서 취재현장과의 괴리가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YTN의 A 기자는 “보도국 운영계획서를 보면 황당한 내용이 많았다. 이미 없어진 지 1년이 넘은 수습 하리꼬미를 폐지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라며 “출입처 취재 포기는 보도전문채널인 YTN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10년간 취재 현장에 없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B 기자 역시 “3시간짜리 더뉴스도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24시간 돌아가는 보도국을 어떻게 맡기겠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보도혁신안에서 내세운 에디터 직제도 옥상옥에 불과했고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보도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문제가 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2일 노종면 YTN 보도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27일까지 새로운 보도국장 후보자 지명이 나왔어야 했지만 , YTN은 후보자 재지명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하기로 했다. /YTN 자료 제공

현덕수 보도국장, 우장균 경영본부장 등 일부 해직기자들을 중심으로 한 인사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널리 퍼져있다. YTN의 C 기자는 “해직자 출신 간부들의 발언권은 커졌지만 다른 기자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젊은 기자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젊은 기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B 기자는 “현덕수 보도국장 투표 당시에는 파업 승리 직후였고 그만큼 기대감도 컸다. 현 체제가 성과를 보였다면 자연스럽게 노종면 임명동의안이 통과됐을 것”이라며 “구 체제와는 다르겠지 생각하며 끝까지 싸웠지만 파업 승리 후에도 이전과 다를 게 없다는 실망감이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 생겼다”고 했다.


반면 시청률 하락, 경영실적 악화 등 정찬형 사장 체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YTN 보도 자체가 위기라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A 기자는 “보도 수가 현저히 적어졌고 사안을 따라가지 못한다. 보도국 기강도 아예 떨어진 상태”라며 “조국 보도에서도 약간의 편파 방송으로 인해 선후배 기자들의 민심이 굉장히 안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투표는 표면적인 결과를 넘어 YTN 보도국 내 숨겨져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YTN 기자들은 1차적으로 ‘소통 부재’ 문제를 꼽았다. YTN의 E 기자는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보도국에서 어떠한 공론화도 없었다는 게 문제”라며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하지만 각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동요는 있지만 나서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YTN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차기 보도국장 후보자 지명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YTN은 후보자 재지명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하기로 했다. 사측은 노사합의에 따라 다음달 3일까지 새 후보자를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D 기자는 “후보 지명은 사장의 권한이지만 현명한 사장이라면 이번 부결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해 기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해야 수습이 될 것”이라며 “기존의 방식대로 해직 기자 출신을 지명한다면 아마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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