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평가하자

[언론 다시보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작금의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언론의 뉴스 생산 관행(예, 클릭 수 늘리기)과 포털이 지배하는 뉴스 유통 구조가 정상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자율 심의·규제 기구의 다양한 시도는 언론의 좋은 저널리즘 실천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포털도 기업의 특성(뉴스 생산이 아닌 매개 역할)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제도나 법률적으로 논의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근거의 부족’을 핑계로 뉴스의 사회적 책무 실천에 매우 미온적이다.


매스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는 뉴스 시청이나 구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여 뉴스 생산자에게 언론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 수행을 주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의 시민은 뉴스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제한적으로 행사하는 처지다. 심지어 모바일 포털 이용자는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뉴스에 반강제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 처해 있어(이용 동기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 뉴스 이용과 관련해 자기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언론학 이론과 관련 연구들은 뉴스 이용 경로에 따라 현실의 모습에 대한 독자의 지각이 상이하고 지각된 현실은 뉴스에 담긴 사실과 평가적 주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며 이러한 과정이 또 다른 사회적 현실을 만들어낸다고 보고한다. 자기 의지에 관계없이 뉴스에 노출되는 현실, 무엇보다 그러한 뉴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필자는 이용자 중심의 뉴스 평가 프로젝트 실천을 제안한다.


시민들 스스로 뉴스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건강한 민주주의 실현이 가능하다. 필자는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인터넷 공동체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활동(civic engagement)으로 규정한다. 시민 사회 차원에서 언론의 자율규제 장치 작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이자 언론의 부적절한 뉴스 생산 관행 그리고 심하게 왜곡된 뉴스 유통 체계를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정의한다. 즉 언론의 민주주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제대로 된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구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다.


‘저널리즘 사회 책무 위원회’(가칭)를 구성하여 뉴스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자. 포털은 이를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에 참조하여 인터넷 언론의 뉴스 품질의 개선을 유도할 수 있고, 학계는 ‘좋은 뉴스’ 혹은 ‘나쁜 뉴스’ 사례를 선별해 일반인 대상의 뉴스리터러시 강좌 및 대학의 저널리즘 수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개별 뉴스 평가 자료가 장기간 축적될 때 개별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회적 평판이 형성될 수 있다. 좋은 뉴스에 적극 반응하여 양질의 저널리즘 실천을 장려하는 사회적 차원의 인센티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