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며 시작된 일명 ‘조국 사태’는 ‘사태’라는 표현 그대로 한국 사회 전반을 휩쓸었다. 여·야 공방을 시작으로 보수 대 진보, 청년 대 386, 금수저 대 흙수저 등 사회 전체가 갈라졌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논쟁 속에서 그야말로 모두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이중 가장 깊은 내상을 입은 곳이 있다면 단연 ‘언론’일 것이다. 정의를 추구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언론의 신화는 ‘조국 사태’와 함께 빠르게 무너졌다.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절정에 달한 상황이다.
책임이 막중한 만큼 비판도 달게 받아야겠지만 이번에는 기자들의 반발도 상당하다. ‘최순실 보도’만큼이나 충실히 ‘조국 보도’를 했는데 왜 비판을 받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제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를 모조리 ‘가짜뉴스’ 취급하는 진영 논리가 더 문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론의 추락을 진영 논리로 단순화할 순 없다. ‘조국 사태’가 진행되며 언론이 신뢰를 잃게 된 과정을 복기해보자.
우선 과열·과잉 보도의 문제가 심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 따르면 9월10일부터 약 보름 동안 조국 교수와 관련한 ‘단독’ 보도가 166건에 달했고, 온라인 기사 등은 수십 만 건에 달했다. 각 언론사의 치열한 보도 경쟁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뉴스가 조국밖에 없느냐’는 피로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의제설정에 있어 균형감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쏟아지는 수십 만 건의 기사 대다수가 추측성 보도였다는 점은 더 큰 문제였다. 대표적으로 조 교수의 자녀가 고가의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보도가 있었다. 해당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지만, 이후로도 숱하게 거론되며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런 뉴스들이 과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된 것일까. 조국 일가를 선정적이고 흥미롭게 보도함으로써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검찰과 언론이 공생 관계에 있다는 지적은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크게 훼손했다. 조국 가족의 수사에 관한 뉴스 대다수가 피의자에겐 불리하고 검찰에만 유리한 ‘검찰 받아쓰기’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 12일 ‘조국 보도를 되돌아보다’ 세미나에 참석한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기자들이 힘들게 취재한 기사가 ‘검찰 받아쓰기’로 오해받는 이유가 ‘검찰에 따르면’, ‘~ 알려졌다’는 식으로 작성되는 관행적인 기사체와 그에 담긴 ‘전지적 검찰 시점’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언론의 위계적 조직문화와 하루 단위로 기사를 생산해야 하는 업무 시스템 속에서 피의자나 피고인, 참고인 등의 행동은 물론이고 동기나 목적까지 검찰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전지적 검찰 시점’의 보도가 30년 이상 유지돼 왔다”며 “제대로 취재하고 보도하기 위해서는 기사체는 물론 기사 생산 시스템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들은 사실 그렇게 새롭지 않다. 아니 새롭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의 저널리즘은 보다 의미 있게 변해야 한다. 보도 준칙과 강령을 재정비하는 것은 물론 우리에게 필요하고 가치 있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국 보도를 계기로 기자와 언론뿐 아니라 학계, 시민사회 모두가 참여해 한국 언론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