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보’ 칼럼은 주 독자가 기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쓴다. 어느 송년회 자리에서 한 기자가 “올해가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 곤욕을 치렀던 터다. 올 한 해 기자들은 많은 욕을 먹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기자의 잘못 또는 실수로 인한 합당한 비판도 많았지만, 때론 판단이 어려운 논란의 영역도 있었고, 일부는 사실관계가 틀린 일방적 매도도 꽤 있었다. 그러나 생산자의 정당함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헛된 시도보다는 소비자의 심사를 먼저 살피는 게 공급자가 갖춰야 할 도리이자, 현명한 처사라 생각한다. 언론이란 당장은 독자에게 욕을 먹고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적 공공성에 입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산자인 언론의 정의로움을 과시하는 오만보다는 소비자인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섬세함은 21세기 언론에 반드시 요구되는 사항이다. 21세기 미디어 환경은 공개와 연결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직업인 기자’ 외에도 모두가 ‘생활인 기자’인 세상이다.
#답습을 벗어나야#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경기도 평택의 한 떡볶이 가게가 나왔다. 주인 아주머니는 23년간 떡볶이 외길인생을 걸었다. 해남 고춧가루에 곶감까지 넣은 마법 고추장으로 만든 떡볶이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자신의 떡볶이에 ‘10점 만점에 100점’을 줬다. 그런데 하루 한 판이 안 팔리고, 어쩌다 들어온 손님은 인상을 찌푸린다. 백종원은 “53년간 먹은 떡볶이 중 제일 맛없는 떡볶이”라고 팩트 폭격했다. 손님들이 떡볶이 맛을 제대로 몰라 자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장님은 백종원이 만든 떡볶이 앞에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맛있네”라고 인정한다. 그러고선 “여즉 그렇게 살았어요”라고 혼잣말을 내뱉는다. 이 장면에서 우리 언론의 모습이 떠오른 건 지나친 자기비하일까? 사회적 책임이 더해지는 언론과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해야 하는 상품에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순 없다. 다만, 떡볶이는 맵든 안 맵든 맛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맛은 주인이 아닌 손님이 만족해야 한다. 손님이 안 찾으면, 일단 떡볶이에서 문제를 찾아봐야 한다. 손님 탓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더 이상 “여즉 그렇게 살” 순 없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달라야# 유튜브 방송에 ‘창현의 거리 노래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길거리 즉석 노래자랑이다. 깜짝 놀랄 만큼 다들 노래를 잘 부른다. 매주 진행을 하는데, 강호의 실력파들이 끝도 없이 나온다. 가수를 해도 몇 번은 했을 법한 저들과, 진짜 가수들의 차이가 뭔지 곰곰이 살펴봤다. 차이가, 있었다. 우선 가수들은 음정이 정확하다. 노래를 너무너무 잘 하면서도 중간중간 음이 살짝살짝 엇나가는 일이, 진짜 가수들에게는 없다. 또 거리의 실력파들은 다섯 곡을 연속으로 부르면, 후반에 가선 힘이 부쳐 노래가 흔들린다. 또 비슷한 레퍼토리만 계속 돼 나중에는 살짝 지겨워진다. 장르를 바꾸면 이전과 확 차이가 난다. 높고 좁다. 프로는 더 높고, 넓다. 2시간을 라이브로 하는 가수들과의 차이다. 그리고 거리 실력파들은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쉴 새 없이 물을 찾는다.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범람해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엄존하며, 프로는 그 차이를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