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저는 왜 같이 죽어야하나요"

[제350회 이달의 기자상] 임주언 국민일보 이슈&탐사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임주언 국민일보 기자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 말을 실감하게 한 취재였습니다. 그동안 가족 동반자살로 불렸던 사건의 초점은 ‘어른의 사정’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밀린 고지서나 극단적 선택의 이유를 담은 유서, 주변 사람에게 남긴 한마디는 부모가 절벽 끝에 선 배경을 짐작케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아이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계획 끝에 죽음을 선택한 부모와 달리 아이는 갑자기 생을 마감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팀은 비극의 희생양이 된 아이들의 목소리를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판결문과 언론보도 등 기존 문서를 뜯어보는 게 첫번째였습니다. 최근 3년간 선고된 살해 후 자살 미수 사건 판결문들에는 피해자인 아이들의 마지막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주스와 함께 먹인 독극물, 죽음이 동반된 줄 모르고 떠난 가족여행, 죽음 직전 깨어난 아이의 ‘살려 달라’는 애원. 모두 동반자살이 아닌 극단적 선택 전 살인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 당시 재판부 등을 통해 들은 아이의 일상은 더 가슴 아팠습니다. 네일아트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엄마, 나 유치원 안가?” 하고 묻곤 했던 아이들은 모두 엄마나 아빠의 손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죽음을 기록하는 건 괴로웠습니다. 아이의 죽음과 부모의 자살을 어느 선까지 표현해야 할지 결정하는 회의만 몇 번이 반복됐습니다. 죽음이 자극적으로 읽히지 않도록 기사를 쓰고 읽고 고치는 작업을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사건을 헤집고 통계를 새로 쓰며 22편의 기사를 완성했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벽에 부딪혀 팀이 풀지 못한 죽음이 훨씬 많습니다. 시리즈가 끝난 뒤인 11월에도 ‘일가족 사망’을 제목으로 한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살해 후 자살은 이미 개별 사건이 아닙니다. 한국사회의 곪은 부분을 드러내는 사회 현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해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신 유가족, 경찰, 재판부, 현장 상담사, 관계기관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신 회사와 독자 여러분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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