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지난 7월 ‘3년 만의 적자탈출’을 시작으로 매달 보도자료를 통해 흑자를 강조했던 KBS가 11월 이후 이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적자로 돌아섰다기보다는 흑자가 너무 많이 났기 때문이다. 가결산 결과 600~700억원의 흑자를 낸 KBS는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해서다. 흑자가 나는데 굳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냐는 여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과 현재, KBS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향후 5년간 매년 1000억원대의 사업손실이 예상되는 지금과 비교하면 위 기사 속 ‘흑자가 너무 많이 났다’는 표현은 낯설기만 하다.
KBS는 전례 없는 재정 악화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7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10년 전 대규모 흑자를 두고 ‘너무 쥐어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제작비를 줄였다’는 평가가 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생존에 위협을 느낄 만큼 내부의 위기의식이 크다. 더구나 지난해 KBS는 ‘강원산불 늦장 특보’ 등으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집 대담’, ‘태양광 보도’, ‘김경록 인터뷰’, ‘독도 헬기 이륙 영상’ 등 잇따른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KBS 수신료 전기요금 분리 징수’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흑자가 나도, 적자가 나도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본격적으로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꺼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신뢰도 향상과 영향력 강화가 과제다. 장기적으로 KBS가 신뢰를 회복하면 39년째 동결된 수신료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만드는 데 국민들이 관심 가져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 사장의 바람이 이뤄진 걸까. 지난달 27일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2019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KBS는 신뢰도(26.1%)와 영향력(29.0%)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KBS가 두 부문 모두 1위에 오른 것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