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제351회 이달의 기자상] 황경상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 출근길, 없던 습관이 생겼다. 집 앞에서 공사 중인 건물을 잠시 올려다본다. 4층 높이에 난간도 없이 뻥 뚫린 공간 사이로 비계발판이 보인다. 실수로 발을 헛디디기라도 한다면? 갖은 상상이 든다. 상·하수관 정비 공사 현장을 지나친다. 2m가 넘는 깊이로 땅을 파냈는데 양쪽 굴착면이 거의 수직이다. 아무 덧댐도 없이 드러난 흙의 속살 사이로 사람이 들어가 작업을 한다. 무너진 흙더미 사이로 매몰된 사고들을 기록한 조사 보고서들이 스쳐 갔다.


끊이지 않는 노동자 사망 사건을 단 건이 아니라 한 번에 모아서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덤볐다. 지난 1년 9개월 동안 벌어진 노동자들의 사망 사건을 조사한 1305건의 재해조사보고서를 읽고, 사건 개요와 원인을 입력하는데 5명이서 한 달 반이 걸렸다. 그에 담긴 죽음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보다 더 괴로웠다.


가장 충격을 준 건 100m 높이에서 추락하거나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 아니었다. 겨우 몇십cm 높이의 사다리에 올라 작업하다가 넘어져 사망한 사건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이 무서웠다. 아니나 다를까, 퇴근길에 목격한 어느 노동자는 A형 사다리를 가로등에 걸친 채 올라가 두 손으로 작업 중이다. 추락 방지 장치 같은 건 없다. 보고서에서 수없이 마주했던 장면과 똑같다.


단지 그 노동자들의 부주의가 문제일까? 죽으려고 출근하는 사람은 없다. 시간에 쫓기고 비용에 목이 타는데 안전을 챙길 여유 따위는 없어서다. 그렇게 작업하면 안 된다고, 네가 다치면 나도 엄청난 벌금을 맞고 옥살이까지 해야 한다는 각오 정도는 있어야 작업 환경이 바뀐다. 이 죽음을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 부르는 이유다.


하루 3명의 노동자가 죽는 세상에서 책상머리에 앉아 일할 수 있는 처지가 못내 불편했다. 1692명의 죽음을 기록하고 알렸다는 사실로 많은 격려를 받았지만, 고인들의 죽음이 늘 마음 한구석을 짓눌렀다. 이번 보도가 조금이나마 변화의 물꼬를 텄으면 한다. 끝으로 이번 작업에서 큰 활약을 했지만, 회원이 아니어서 함께 수상하지 못한 김유진·이아름 두 사람의 노고와 아이디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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