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그 후

[글로벌 리포트 | 독일]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 2020.01.08 12:40:00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독일에는 ‘Ruhezeit’(휴식시간)로 불리는 법정휴게시간이 있다. 주(州)나 도시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평일 오후 시간 일부와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7시까지 타인의 휴식을 방해하는 행위와 소음유발이 금지된다(최대 50db). 다만 예외로 아기울음소리와 어린아이의 소음은 일상생활로 간주되어 허용되나, 그 외의 이유로 인해 이 시간대에 소음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당사자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정소송이 가능하다. 토요일은 평일과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일요일이나 법정공휴일은 하루 전체가 루에짜이트(Ruhezeit)로 지정되어 소음유발이 제한된다.


루에짜이트(Ruhezeit)를 강제하는 독일사회이지만 암묵적으로 이를 위배하는 하루가 있다. 바로 12월31일(‘Silverster’)이다. 이날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독일 곳곳에선 수많은 불꽃놀이가 행해지는데, 큰 소리를 내어 악운을 몰아낸다는 의미의 전통행사의 현대방식이다. 이 행사에 맞추어 독일연방폭발물법에선 12월31일 자정부터 1월1일 자정까지 24시간 동안 불꽃놀이가 허가된다. 그동안 독일에서 연말 불꽃놀이는 민간의 세시풍속이자 시(市)의 주요행사로서 주요한 볼거리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행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로 환경오염 문제 때문이다.


연말 불꽃놀이를 위한 폭죽은 연 중 사흘(12월29~31일)만 판매되지만, 그 매출액은 연간 1억3500만 유로(최근 5년 집계)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이 판매된다. 대개 불꽃놀이는 12월31일 일몰부터 다음날 새벽 1~2시 사이까지 이어지는데, 하나의 폭죽이 터지는 시간이 30초~3분 정도임을 감안하면 8~9시간 사이에 소비되는 폭죽의 개수는 최소 수백만 개다.


불꽃놀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해요소 중 가장 위협적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미세먼지다. 독일연방환경부는 연말 불꽃놀이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을 연간 4200톤으로 추산하는데, 이는 독일 내에서 목재연소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25%, 또는 독일에서 연간 발생하는 미세먼지 총량의 2%에 달하는 양이다. 올해 정초 새벽의 미세먼지 농도가 뮌헨 시는 986μg/㎥, 라이프치히 시는 538μg/㎥로 측정되었는데, 이는 독일의 환경규제 기준인 50μg/㎥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자, 일상수치인 20μg/㎥의 수십 배에 달하는 농도다. 날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독일연방환경부에선 미세먼지가 일상수치로 회복되는 기간을 약 35일로 보는데, 그 기간엔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간주한다.


불꽃놀이로 인한 쓰레기 발생량도 많다. 뮌헨, 함부르크,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쾰른 등 도시에서 2019년 정초에만 수거된 폭죽쓰레기 양이 191톤이다. 그래서 대도시들은 거리청소를 위해 이 시기 청소인력을 대폭 증원 배치한다. 안전상의 문제도 왕왕 발생한다. 독일연방환경부의 조사에선 불꽃놀이로 연간 8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그 중 1/3은 이 사고로 인해 평생 상처 흔적이나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문화재와 자연환경 훼손, 야생동물과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 등이 문제시되면서 연말 불꽃놀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인간으로서 가능한’(Menschenmog lich) 모든 조치를 취함으로 환경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고, 독일 정부도 최근 몇 년에 걸쳐 환경보호 관련 조치들을 도입하고 있어 불꽃놀이 관련 이슈가 향후 정치권에서 다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전통과 환경보호, 산업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입장들을 포괄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긴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환경보호의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움직임들이 포착된다. 일부 소매 체인점들은 작년 폭죽판매에 참여하지 않았고, 불꽃놀이 자제운동이 다양하게 진행되었으며, 시가 주최하는 불꽃놀이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에 힘입어 독일 연방정부도 향후 환경보호에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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