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영업하는 '언니'들… "지금 시작하세요, 롸잇 나우!"

[인터뷰] 경향신문 '언니네 체육관' 김보미·배동미 기자

여자에게 필요한 두 가지는 뭐다? “돈과 근육.” 돈이라면 알겠는데, 여기서 근육이 왜 나와…? 하면서도 어쩐지 수긍이 간다. 그러고 보니 요즘 서점에 가면 ‘생존 체력’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종종 눈에 띈다. 예전엔 여자가 운동한다고 하면 당연히 다이어트가 이유겠거니 했지만, 이젠 ‘예쁜 몸’을 갖기보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건강한 몸으로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 운동하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에서 지난해 10월 여성 씨름 선수를 내세워 만든 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도 그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체육관’을 개장(?)했다. 경향이 지난달 초 시작한 ‘언니네 체육관’(이하 언니네) 시리즈는 “여자들의 운동 서사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운동하는 여성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 ‘위밋업 스포츠(Wemeetup Sports)’와 손잡고 기사와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말이 이거다. “여자는 근육! 운동합시다.”


‘언니네 체육관’을 만드는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의 두 운동 덕후 ‘언니’들. 왼쪽부터 김보미 기자, 배동미 기자.
만드는 두 ‘언니’들도 ‘운동 덕후’다. 취재하고 글 쓰는 김보미 기자는 “얼추 10년” 꾸준히 요가를 하고 있고, 영상을 만드는 배동미 기자도 대학 때부터 복싱, 헬스 등 다양한 운동을 유목민처럼 해오다 10개월 전부터 ‘인생운동’인 필라테스에 정착했다. 운동을 해봤으니 좋은 걸 알고, 그래서 주변에 권유만 해오다 이제 그 대상을 일반 독자와 여성으로 확대한 셈이다. “여성은 생애 주기별로 운동을 접할 기회 자체가 적었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도, 본인 취향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남자애들 사이에서 축구해도 될까? 농구해도 될까? 이런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잖아요. 그런 분위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는 연령대 자체가 늦어진 것 같아요. 저는 20대에 운동을 시작해서 그렇게 힘들진 않았는데, 이 시기가 점점 늦어지면 시작하기가 힘들어지고 진입 장벽도 더 높아지거든요. 그래서 ‘언니네’를 보고 자극받은 여성들이 바로 체육관으로 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촉매제가 되고 싶어요.”(김보미)


그런데 ‘언니네’가 소개하는 종목들을 보면 주짓수, 농구, 복싱, 축구 등 흔히 말하는 ‘여성 운동’과는 거리가 있다. 4·5화에 출연한 일반 여성들이 하는 운동도 폴댄스, 배구, 근력운동, 클라이밍 등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초심자의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진입할 때 망설이게 되는 종목” 위주로 소개한 것이다. 몸을 쓰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 좋은 걸 나만 할 순 없다”는 이들의 심정은 공통되게 간절했다. 그래서 운동의 즐거움을 얘기하며 자신이 하는 운동을 적극 ‘영업’했다. 그 영업에 당한 것은 독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김 기자는 주짓수 일일강좌에 직접 참여했다가 매력에 빠졌고, 배 기자는 클라이밍에 관심이 생겼다.


운동하는 여성들끼리는 말도 잘 통했다. 배 기자 역시 그들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듣고 “내 생각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장을 확대해 운동하는 여성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계획 중이다.


끝으로 기자들에게 운동을 ‘영업’해달라고 부탁했다. 신년 계획만 세워놓고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을 많은 동료 기자들을 위해서. “나한테 맞는 운동을 찾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뭔가를 시작해야 해요. 이제 주 52시간도 많이 안착했고, 정말 하고 싶은 운동이 생기면 시간을 내게 돼 있어요. 빨리 시작하고, 운동을 찾고, 습관을 들이기. 오늘 바로 시작하세요!”(김보미)


“무조건 회사나 출입처 근처를 추천합니다. 집에 가서 노트북 놔두고 다시 운동하러 가는 건 부처님이 와도 못해요. 운동할 기력이 없다고 할 수도 있는데, 밥 먹을 기력만 있으면 누구나 있어요. ‘그냥’ 하면 되는 겁니다. 운동해서 활력이 생기면 일도 더 잘 되겠죠?”(배동미)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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