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편이 궁금해진다… KBS '국회감시 K' 인기몰이

뉴스9서 잠입·고발 기사 첫 도입
가짜 '스피치 원장' 캐릭터 만들어
국회의원 시상식 난맥상 꼬집기도
애니 형식 오프닝 등 유머 포인트

“이런 고발기사 너무 찬성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KBS 뉴스 채널 안 돌렸어요.” “직접 발로 뛰어 조사하고, 알려준 기자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네이버 기사 댓글란에 모처럼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선플’을 부른 기사는 KBS ‘국회감시 프로젝트 K’(이하 국회감시K)의 ‘국회의원과 상’ 연속 보도다. 국회감시K는 KBS 정치부 기획팀에서 지난달 첫선을 보인 프로젝트 이름이다. “출입처 제도 혁파”를 선언한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이 취임한 직후 정치부 산하에 출입처를 따로 두지 않는 기자 4명으로 기획팀을 만들었고, 국회감시K는 이들의 첫 기획 작품이다. 마침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21대 국회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를 찾기 위해 먼저 국회를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지난달 10~12일 ‘세금과 보고서’를 주제로 20대 국회에서 만들어진 연구 용역보고서의 문제점을 추적해 4회로 보도했고, 이어 지난 6~8일에는 ‘국회의원과 상’에 얽힌 난맥상을 6회에 걸쳐 보도했다. 눈길을 끈 건 독특한 제작 방식이다. 짧은 애니메이션 오프닝으로 시작한 뒤, 기자들이 발로 뛰며 취재를 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흡사 시사프로그램을 압축한 듯 속도감 있는 전개에, 현장감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백미는 엠부시(매복) 인터뷰다. 평균 10년차 이상의 기자들은 상황과 대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고, 반론도 경청한다. 국회감시K를 이끄는 이진성 기획팀장은 “기본은 현장 취재”라며 “취재 문법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하누리 기자가 직접 ‘고운목소리스피치 강세정 원장’이란 가짜 직함과 이름으로 국회의원들과 같은 시상식에서 ‘사회봉사상’을 받는 황당한 과정이 그대로 보도됐다. 하 기자는 같은 공적서로 며칠 뒤 비슷한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일종의 잠입취재 방식인데, 일찍이 뉴스타파에서 ‘가짜논문’으로 사이비 학술단체인 와셋(WASET)의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취재한 기법과 유사하다. KBS는 연기자를 동원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다 뉴스타파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고 법리 검토를 거쳐 기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누리 기자는 방송 전 공개한 디지털 기사에서 “중소 영세업체들로부터 강요하다시피 받은 돈, 그 돈으로 만드는 국회의원 상패, 그 상패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들…. 이 속고 속이는 상황을 근절하려면 직접 경험해서 알려야 한다고 저희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 기자의 활약이 돋보인 이 리포트는 페이스북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다른 국회감시K 리포트도 ‘뉴스9’에서 순간 시청률이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댓글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이진성 팀장은 “방송 뉴스 영향력이 예전보다 못한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면 시청자들이 더 많이 보고 반응을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만든 기획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프로젝트 주제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이래서 취재했습니다’라는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기획의 취지와 취재 과정, 의미와 한계 등을 설명했다. ‘세금과 보고서’를 마치면서는 엉터리 용역보고서에 집행된 세금 2430만원을 환수한 성과를 밝히면서 “더 이상 환수는 어렵다”며 “용역비 더 환수하려면 올해 이전 보고서,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롭고 ‘친절’해진 뉴스. KBS 뉴스 변화의 신호탄으로 봐도 될까. 이 팀장은 그보다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설명했다. “엄밀히 말해서 뉴스란 것도 대국민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예전엔 일방적으로 우리가 취재한 내용을 보여주는 데서 그쳤다면, 왜 취재했고 어떻게 취재했는지 시시콜콜 밝히고, 그렇게 했더니 취재 대상이 어떻게 반응했으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까지 보여주는 게 매체가 불어나는 시대에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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