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를 파는 신종 코로나 보도

[유명무실한 재난보도준칙]
미확인·불확실 정보 보도자제하고
유언비어 발생 확산 막아야 함에도
중국인·지역감정 자극한 보도 나와

김고은 기자 | 2020.02.05 00:33:1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코로나)의 확산 기세가 쉬이 꺾이지 않고 있다. 국내 확진자는 16명으로 늘었고(4일 9시 기준), 중국에선 사망자가 400명을 넘어 사스(SARS) 당시 기록을 넘어섰다. 국내 이슈는 신종코로나가 거의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불안감의 크기와 비례해 언론 보도와 세간에 떠도는 정보의 총량도 많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신종코로나와 관련해 넘쳐나는 정보를 인포데믹(infodemic), 즉 ‘정보 감염증’으로 설명하며, 이 때문에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정보나 필요한 지침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불안 심리를 이용해 근거 없이 공포심만 자극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정보들도 많다. 이에 정부는 신종코로나와 관련된 일명 ‘가짜뉴스’ 차단에 주력하고 있고, 언론도 인터넷상에 유통되는 허위정보들을 팩트체크하는 보도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언론이 허위정보 생산과 유통, 혐오 조장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크게 논란이 된 대표적인 보도는 지난달 29일 헤럴드경제의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이란 기사다. 중국인 밀집 지역인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르포한 이 기사는 “한국 체류 중국인들이 위생에 둔감한 현실을 반영하듯, 역 주변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서자 우한 폐렴을 무색하게 하는 비위생적인 행태가 즐비했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한겨레가 역시 대림동을 배경으로 한 르포에서 중국 교포를 향한 혐오 정서를 주목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 기사는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이 60만을 넘을 정도로 극에 달한 ‘반 중국인 정서’를 자극했다. 포털 다음은 이 기사를 메인에 노출했고, 이날 다음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3위를 기록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무분별한 중국인 혐오 정서를 언론 보도가 자극하고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포털은 ‘혐오 보도’가 노출되지 않도록 즉각 방안을 모색하라”고 주장했다.


신종코로나의 발원지로 다양한 야생동물을 판매하던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이 지목되자 중국의 식문화를 비판하는 기사들도 쏟아졌다. 중국을 가리켜 “전염병 천국”이라고 한 언론도 있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가 지난 2014년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은 질병재난 등의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위기 및 비상상황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위기의 심리학’ 항목에서 “낙인(stigma)은 질병 전염병에서 흔하다”며 “재난에 관한 뉴스 기사 이미지에 특정 민족 그룹의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표시될 경우 재난이 해당 민족 그룹의 구성원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상황 및 우한 교민 이송 대책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한 교민 격리 수용시설 지정과 관련한 언론 보도 역시 ‘혐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중앙일보가 ‘천안 유력설’을 보도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9일 진천·아산의 공무원 교육 시설로 최종 확정 발표되자 많은 언론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오기만 해라, 출입로 막겠다”, “천안 간다더니 우리가 호구냐”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진천·아산 주민들이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 속에 또 다른 혐오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일부 신문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여당 지역구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야당 지역으로 바꾼 게 아니냐”며 야권이 제기한 의혹을 보도했고, 채널A는 지난 3일 〈통 큰 양보했더니... 격리시설 주민에겐 마스크 지역 차별〉이란 기사에서 진천군은 보건용 마스크를, 음성군은 KF94 마스크를 보급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가짜뉴스’ 역시 소셜미디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난보도준칙은 세월호 참사의 교훈으로 ‘신속’보다 ‘정확’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번 신종코로나 상황에서도 사실과 다른 보도를 내고 정정도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일례로 충청투데이는 지난달 31일 신문과 온라인에서 중국 마스크 제작 업체들이 국내 필터 자재들을 싹쓸이하면서 1주일 뒤면 마스크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날 SBS가 ‘8뉴스’에서 팩트체크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여전히 온라인에 걸려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등은 지난달 30일 “신종코로나와 관련한 허위 조작 정보의 재인용 보도 및 방송 또는 인권 침해 및 사회적 혐오·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 보도 및 방송을 자제하고, 이를 요구하는 지시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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