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갇혀 눈코 뜰 새 없는 중국 특파원… 신종 코로나 후폭풍

[언론사 연수·행사 취소 등 여파]
매일 밤늦게 사실상 ‘무제한 업무’
전염 우려에 일상 유지도 어려워
일부 특파원들, 가족 철수 고려

최승영 기자 | 2020.02.12 14:37:55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언론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과 만남이 꺼려지는 탓에 위축된 분위기가 팽배하고, 특히 특파원들은 취재제한·격무, 전염우려에 일상의 유지마저 쉽지 않은 상태다. 행사나 연수 역시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등 여파가 상당하다.


신종코로나 사태 후 중국 특파원들은 ‘번아웃’ 직전 상태에 놓였다. 취재환경은 더욱 제한된 반면 기사 수요는 폭증한 까닭이다. 이들의 하루는 오전 8시께 중국 보건당국의 확진자 및 사망자수 속보를 챙기는 것으로 시작된다. 브리핑과 속보, 각종 외신을 늦은 밤까지 체크하는 패턴이 반복되며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지경”이다. 반면 취재는 전화, 이메일 등이 유일한 수단이다. 중국 외교부는 위챗(중국 카톡)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고, 전문가는 외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아 관영매체를 “듣기시험 보는 심정으로 계속 본다”는 호소가 나온다.


업무 외적인 일상 역시 전쟁통에 가깝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산책도 자유롭지 않다. 불가피한 외출 후엔 신발 밑창부터 머리 끝까지 씻고, 소독하고, 다림질을 한다. “손은 하도 씻어 부르텄을” 정도다.


A 기자는 “집에서 밥을 해먹어야 하는데 식자재 조달이 쉽지 않다. 이민가방을 끌고 슈퍼만 오가고 있다. 택배도 평소보다 더 걸려 나흘 전 주문한 쌀이 아직 안 왔다. 혼·분식을 장려하면서 보리를 섞어 먹고 있다”고 했다. 이어 “춘제 연휴 때문에 체재비도 못 찾았고, 카페·쇼핑몰도 체온을 재고 들어가는 판이라 사람 많은 은행에 가는 것도 꺼려진다. 사무실엔 아예 못가고 있다. 일부 특파원은 가족들의 철수도 고려 중이다. 갇혀서 기사만 쓰고 있다. 살아내는 게 큰 일”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서구권에 파견된 특파원들은 신종코로나 이후 인종차별에 노출된 상태다. 이광빈 연합뉴스 베를린 특파원은 최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본인과 가족들이 겪는 고충을 전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에게 ‘어느 국가서 왔냐’고 질문 받는 일 등을 전하며 “내 일상도 불편하다. 약속에 앞서 카페서 일하는데 왜이리 빤히 쳐다보는 분들이 있는지, 내가 너무 의식한 탓일까”라고 적기도 했다.


국내에 있는 기자들 역시 통상적인 취재 과정에서 여러 염려를 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는 일 특성 탓에 상대적으로 병에 대한 노출 소지가 크고 행여나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회를 출입하는 강병철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는 “사람 만나고 돌아다니고 브리핑 듣는 게 일이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집에 갈 땐 조심하고 있다. 옷 갈아입고 씻고 나서야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와이프도 그 전엔 ‘아빠한테 가지말라’고 한다”면서 “전체적으로 사람 간 접촉이 꺼려지고 제한되는 분위기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고 했다.


김완 한겨레 24시팀 기자는 “신종 전염병이라 높은 관심은 당연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통제도 나름 잘 되고 있다고 보고 취재 시 크게 신경은 쓰지 않고 있다”면서도 “중국 관광객을 태운 버스기사를 취재하고 집에 갔다가 ‘그걸 왜 이제 얘기하냐’고 혼났다”고 말했다. 경제지 B 기자는 “기자단 차원에서 해외 출장 등을 자제하기로 정하고 개인·팀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기자실이나 회사에서 마스크를 쓴 기자들이 보이는 것도 달라진 풍경”이라고 말했다.


언론사나 언론단체 주최 행사가 취소되거나 기자들의 예정된 취재 일정이 사라지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오는 22일 창간 20주년을 맞아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00여명이 참석하는 창간기념식을 열 계획이었으나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매일경제신문에선 당초 1월 말 신년 인사발령 후 편집국 차원의 식사자리를 계획했으나 무기한 연기하는 일도 있었다. 삼성언론재단은 12일 예정됐던 ‘전쟁기의 언론과 문학’ 강연을 “상황을 지켜보면서 강연 날짜를 다시 정해서 공지”키로 했다. 앞서 세계 3대 IT전시회 중 하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2020’에 상당 국내 대기업이 참가중지, 전시규모 최소화 방침을 일제히 밝히고 기자간담회를 취소한 바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언론사들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포럼-컨퍼런스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C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때문에 취소된 국내외 교육·연수 프로그램은 아직까진 없다. 연간계획대로 진행하되 중국 등 해외에서 이뤄질 수 있는 프로그램은 특히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하려 한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 등 상급단체에서 지침이나 권고가 나오는지 주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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