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예쁜 말을 하니, 좋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인터뷰] '예쁘게 말을 하니…' 펴낸 심희정 서울경제 생활산업부장

“너 말 예쁘게 해야지.” 심희정<사진> 서울경제신문 생활산업부장이 최근 자주 듣는 말이다. 그가 이런 공격(?)을 받는 이유는 지난해 연말 펴낸 책, <예쁘게 말을 하니 좋은 사람들이 왔다> 때문이다. 심 부장의 경험담을 담은 이 책은 11월 말 1쇄를 찍은 지 3개월도 안 돼 13쇄를 찍고, 교보문고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 5위까지 오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심 부장은 “책 덕분에 죽을 때까지 이런 공격이 계속될 것 같다”며 “예쁘게 말하기 위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10년 전만 해도 심 부장은 그야말로 독한 사람이었다. 예쁜 말은커녕 하고 싶은 말을 “배설하듯이”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학창 시절부터 독설가라는 말을 들을 만큼 직설적이고 차가운 말을 써왔던 그는 거친 말이 오가는 사회부 시절을 거치며 더욱 부정적인 말을 내뱉게 됐다. 얕보일까, 빼앗길까 가시를 뾰족하게 세웠던 시절이었다. 심 부장은 그 때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다.



“아마 10년 전 저를 안 좋게 기억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좋게 말해 ‘까칠 마녀’였지 한 마디로 재수가 없었거든요. 상대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말하니 그 사람은 다치고 떠나가고, 그로 인해 나 역시 다치고. 그 때문인지 죽도록 열심히 일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요. 황폐하게 살았던 거죠.”


그라고 남에게 인정받거나, 예쁨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0년 경향신문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맞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편집국의 모든 기자들에게 손 편지를 썼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진심을 상대가 알아주길 바랐다. 그러나 유독 인간관계만큼은 그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였고 결국 기자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2008년 사직서를 냈다. 심 부장은 “이후 3개월간 홍보대행사에서 일했다”며 “너무 일이 맞지 않아 그 해 다시 서울경제로 이직을 했는데, 결국 적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때부터 새로 태어나리라 다짐했다”고 말했다.


경제지 특성상 기업 CEO 등 소위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그에게 행운이었다. 심 부장은 그들의 행동에서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 그들이 강압적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고 진심 어린 공감을 통해 상대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이기는 양보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강한 사람들의 내면엔 부드러움이 있다는 것, 한마디로 자존감이 높다는 사실도 알았다.


심 부장은 “그 때까지 중요도 순위에서 가장 마지막이었던 ‘내 마음’을 0순위로 올렸다. 자신을 사랑하고, 내면의 힘을 탄탄히 구축하는 데 몰입하기 시작했다”며 “자신에게 예쁜 말을 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고운 말이 나갈 수 없는 게 당연하더라.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도 다른 사람들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예쁜 말을 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훈련은 쉽지 않았다. 문득문득 분노가 치밀어 편집국에서 한바탕 한 적도 있고, 회의 도중 화가 날 때도 부지기수였다. “내 곳간을 채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독한 말들을 쏟아냈던 지난날들이 아쉬워 더 노력했죠. 화가 날 때마다 숨을 크게 한 번 쉬었어요. 한 발 물러서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화 낼 일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고, 그렇게 내면의 힘을 키워간 것 같아요.”


예쁜 말을 하면서 심 부장은 더 이상 스스로 돋운 가시에 찔려 상처입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가득해지고, 좋은 일이 쏟아져 감사함을 입에 달고 사는 놀라운 경험도 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말법도 알게 됐다. 심 부장은 “그런 저의 경험을 지난 5년간 정리해 책에 담았다”며 “독자 분들이나 주위 분들에게 부디 제 책이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베스트셀러보다는 널리널리 오래 읽히는 책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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