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23일 토론토 도심에서 인도로 폭주한 트럭에 시민 10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스물다섯살의 범인은 범행 몇 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셀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글귀를 남겼다. 이튿날 뉴욕타임스는 ‘인셀이 무엇인가(What is an Incel?)’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비자발적인 금욕주의자(Involuntary Celibates)’의 약어인 인셀은 여성혐오를 넘어 공공연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주장하는 남성우월주의자들의 결사체다.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시민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한 이 기사는 그러나 인터넷 공간의 혐오정보, 허위정보 확산을 염려하는 연구자들에게 고민을 안겼다. 범인은 기자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뒤질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자신의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확성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페이스북 포스팅에 자신과 비슷하게 시민들을 무차별 살해한 다른 인셀 추종자의 행위를 영웅시하는 문구까지 넣어 과거의 사건이 재론되게 했다.
언론을 ‘낚아서’ 혐오 메시지나 허위정보를 전파하려는 정보 조작자들의 이런 전술을 영미권의 연구자들은 ‘소스 해킹(source hacking)’이라고 부른다. 인터넷과 사회 문제를 연구하는 하버드대의 버크만 클라인 센터는 지난해 ‘소스 해킹’의 대표적인 테크닉을 4가지로 정리한 보고서를 냈다.
첫째, 바이럴 될 만한 슬로건을 내건다. 입에 착착 붙는 인종주의 슬로건 ‘IOTBW(It’s OK to Be White)’같은 것이 그런 예다. 둘째, 조작된 대량의 증거들을 흘린다. 2017년 프랑스 대선 당시 마크롱 후보의 탈세 증거라며 9기가바이트의 허위 파일이 소셜미디어에 유통됐다. 마크롱 후보의 반대 측은 이를 공유하며, “비 프랑스어권의 기자들에게 파일을 보내자”고 부추겼다.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자료들은 언론이 혹하고 달려들 만한 소재다. 셋째, 다양한 출처에서 나온 정보들을 공유하기 쉽도록 하나의 조작된 증거로 짜 맞추는데, 이미지 파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넷째, 허위계정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숨긴다. 2016년 미국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러시아 정보당국의 계정은 국적도, 정치색도 가늠하기 어려운 ‘인터넷연구위원회’였다.
연구진은 언론을 확성기로 이용하려는 이런 정보 조작자들이 있는 만큼 기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을 때는 반드시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해야 하며, 뉴스룸 차원에서 별도의 데스크를 두어 정보의 진실성 확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동안 한국 언론은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해내느라 분주하다.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해외 생산 이미지, 동영상들도 뉴스 아이템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콘텐츠에 대해 ‘누가, 언제, 어디서’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독립적으로 자체 검증한 예는 많지 않았다.
정보 조작은 점점 더 교묘해지는데 ‘실시간’을 요구하는 뉴스제작 환경은 오히려 철저한 검증을 간과하게 만든다. 언론이 혐오정보, 허위정보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드러난 정보의 배후를 보려는 검증 노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으로 치밀해지고 영리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