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 기자가 50여명 의견 구체적으로 분석·정리… 소통기구 지속되려면 참여자들도 책임감 가져야"

한겨레 '레드위원회'는?

한겨레 편집국 한가운데에는 편집국장과 에디터 세 명의 책상이 원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그 사이에 책상 하나가 더 들어왔다. 레드위원회 상임위원의 자리다. 지난해 9월 박용현 편집국장의 쇄신안 발표 이후 레드 위원회에는 에디터 권한을 가진 기자가 상근하고 있다.


최하얀 기자는 1월부터 10년 차 이하 기자 57명으로 구성된 레드위원회의 두 번째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레드위원회 상임위원은 두 달에서 석 달 간격으로 바뀐다. 젊은 기자들이 소속 부서에서 오랫동안 빠져있기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최 상임위원은 “하루종일 카톡하는 게 일”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레드위원들이 카톡으로 ‘어제자 1면에 왜 이 기사가 들어간거냐’, ‘보도에 나온 설문조사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등의 의견을 주면 이를 정리해 국장단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50여명이 쏟아낸 의견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는 것”만으로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는 편집회의와 사내 포상심의 회의, 국장과 정례모임 등도 참석한다. 주니어 기자들이 프로젝트나 기획을 추진하고 싶다면 레드위원회 권한으로 TF를 꾸릴 수도 있다. 레드위원회가 편집국 내부에 자연스레 자리잡는데 첫 상임 위원으로 일한 박다해 기자의 공이 컸다고 최 상임위원은 전했다.


최 상임위원은 “먼저 기자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2~3년 차에게 제가 어려운 선배일 수도 있다”며 “창구는 있는데 의견이 모이지 않을 때는 현재 문제가 없거나, 문제가 방임돼 있다는 의미다. 이 두가지 경우를 파악하기 위해 촉을 세워야 하다 보니 하루종일 카톡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니어 기자뿐만 아니라 선배 기자들도 어떤 사안에 대해 후배 기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 연락이 자주 온다”며 “국장단의 주니어 기자들을 향한 메시지 전달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상임위원은 주니어 소통기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책임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상하다’, ‘부적절하다’, ‘불편하다’ 등 단순 감상에 그친 의견은 전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에게도 구체적인 분석으로 정리해야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내부에서 토론을 얼마나 많이 하냐에 따라 의견을 전달하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본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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