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보도, 과도한 정치공세 삼가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미래통합당의 한 예비후보가 코로나19를 “문재인 폐렴”이라고 불렀다. 4월 총선에서 대구 동구갑 선거구에 출마한 그는 지난 20일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죽인다”는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벌였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얄팍한 계산도 한심하지만, 언론인 출신임을 당당히 앞세우면서 이런 극단적 언행을 대놓고 일삼다니 씁쓸할 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나 소셜미디어상에 도는 말 중에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와 같은 말들이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대구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우한 폐렴’이 아니듯 ‘대구 폐렴’도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병명에 지리적 위치, 사람 이름 등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조선일보는 여전히 ‘우한’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국회 코로나19 대책 특위 명칭에 ‘우한’을 넣자고 고집하는 미래통합당과 맥이 같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확산되면서 정부는 지난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 국내 코로나 확진 환자 수는 나흘 연속 세자릿수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음모론, 유언비어가 판치고 있다. 이럴수록 언론은 현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21일 ‘인권 침해 및 사회적 혐오·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 보도 및 방송을 자제할 것’ 등을 담은 코로나19 보도준칙을 배포했다. 일부 매체는 자체 보도준칙을 제정해 실천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4일자에 ‘정부 재난 컨트롤타워의 브리핑 내용과 공식 통계 등 확인된 정보를 보도의 근간으로 삼는다’ 등 5개 조항을 담은 ‘코로나19 보도준칙’을 발표했다. 경남도민일보도 ‘코로나19 대응 보도체제’를 밝히면서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과잉보도는 물론, 용어 사용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단독’을 붙여 내보내고, 위중한 상황을 스포츠 경기처럼 보도하고, ‘대란’ ‘창궐’ 등 불안을 조장하는 선정적 표현을 남발하는 언론은 차고 넘친다. 일부 언론 보도에는 과도한 정치적 공세가 스며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입국 금지 주장만 해도 그렇다. 이 주장의 이면에는 중국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환자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단계를 지난 현 상황에서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가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 국민이 세계 각지에서 입국 금지당하는 구실을 줄 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론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온라인 회의 진행, 국내외 출장 및 해외여행 자제, 현장 출퇴근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만에 하나 사옥 내부에서 감염의심자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 운영 계획을 마련 중인 언론사도 있다. 무엇보다 현장 기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기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행여 무리한 취재 지시가 있어선 안 된다.


재난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언론의 기본 사명을 명심해야 한다. 이 와중에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고 정치적 공세에 활용하는 보도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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