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추가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확인해봐.”
“장애인 복지시설에 집단감염 나왔다는데요.” “속보 쓰고 현장 가서 스케치 처리하세요.”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 단톡방은 24시간 현장을 전하는 100여개의 톡이 실시간으로 오른다. 소방본부, 군부대, 경찰 등 10여개의 출입처 단톡방도 다 읽기에 버거운 제보와 일정이 공지되기는 마찬가지. 1초가 아쉽다. 공지된 일정에 돌발 상황까지 모두 대응하기에는.
‘오늘은 뭐하지?’ 불과 보름 전(3월3일 기준) 출근길 고민이 꿈결 같다. 지난달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대구에서 나왔을 땐 대수롭지 않았다. 시민도 당국도 심지어 기자들도 그러려니 했다. 코로나19를 대하는 그 안이한 마음가짐은 그날 아침이 끝이었다.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그날 하룻밤 사이 대구·경북에서만 13명이 추가됐다. 이후 3월2일 기준 대구지역 누적 확진자는 3081명, 전국 취합은 4335명. 사망자는 28명에 이른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처럼 일상도 급변했다. 현장에서 만난 선후배와 즐기던 커피 한 잔, 가족과 함께하던 아침밥 등 소소한 즐거움은 사라졌다. 마스크 착용뿐만 아니라 수시로 하는 손 소독, 악수나 대화는 피하고 매일 저녁 입었던 옷을 소독하고 하루 두 차례 샤워는 필수가 됐다. 돌이켜 보니 이토록 청결한 삶은 처음이다.
확진자가 다수 나온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 전문 의료기관인 계명대학교 대구 동산병원 등 감염에 대한 노출이 비교적 높은 곳은 취재 긴장감도 덩달아 올라간다. 이런 현장에서는 타사 선후배를 만나도 침묵 속에 가벼운 눈인사로 안부를 대신 묻는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청 브리핑실이나 동대구역 등도 취재에는 조심스럽다.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며 대구 시내 거리는 출근길이든 대낮이든 한산하다.
온종일 확진자와 의심 환자를 이송하는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만 텅 빈 도심을 가득 메운다. 밤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대구의 중심가 동성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 열흘이 넘었다. 손님이 줄자 동성로를 비롯해 시내 대부분의 음식점 등 가게들이 문을 닫아 대구의 밤거리는 불빛과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확진자가 증가하는 청도, 포항, 상주, 김천 등 경북 대부분의 도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적막하다. 그나마 사람이 몰리는 곳은 마스크를 파는 마트나 우체국. 하지만 이곳은 가장 현실적인 전쟁터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반드시 마스크를 사야만 하는 이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긴 기다림 끝에 마스크를 손에 쥔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발길을 돌리지만, 헛걸음한 이들의 입에서는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기 일쑤다.
외신으로만 전해져 보고 듣던 중국 우한의 참혹함이 대구에 덧씌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지금 대구는 이 전쟁의 치열한 최전선이다. 현장은 순간마다 더 큰 사건이 몰려오고 상황은 여전히 긴박하다. 언젠가는 이 모든 일이 “그땐 그랬지”라는 기억이 될지는 몰라도 아직은 이른 아침 마스크와 고글, 장갑, 손 소독제를 챙기며 현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작은 소망을 속으로 되뇌며. 굵은 땀방울에 지쳐가는 의료진·구급대원, 생업에 힘겨운 자영업자들, 일상을 잃어버린 시민과 힘들게 병마와 싸우는 이들, 이 모두가 조금 더 힘을 내 이겨내기를. “힘내라 대구·경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