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취재가 줄고 재택근무를 하는 언론사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기자들이 감염위험과 싸우며 현장에서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지난 2일에는 대구일보 기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취재 도중 확진자를 만나거나 의심 증상을 보여 바이러스 검사를 받는 기자들의 사례 또한 이어지면서 현장 기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호윤 KBS 기자는 지난 2일 대구의 한 공적 마스크 판매 현장을 취재하다가 코로나19 확진자를 마주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이 “나 확진자인데”라고 혼잣말하는 것을 들은 유 기자는 ‘설마’ 하는 생각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즉시 귀가할 것을 안내했다. 대구 중구청과 경찰 등에 확인한 결과, 해당 남성은 실제 확진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 기자를 비롯해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남성이 떠난 뒤 착용한 마스크를 즉시 폐기하고 준비해 둔 소독제로 겉옷을 소독했다. 그리고 대구 현지 숙소에서 자체 격리에 들어갔다. 유 기자는 “양쪽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보건소에선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자체 판단했다”고 말했다. 취재진 4명은 감염 확인을 위한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유 기자 등은 취재 현장에 복귀했다.
중앙일보 기자도 최근 대구 지역을 취재한 뒤 발열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은 끝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중앙일보 복지행정팀 소속 A 기자는 지난달 말 닷새 동안 대구로 출장을 가 청도 대남병원 등을 취재한 뒤 1주일간 재택근무를 하며 자체 격리를 했다. 그런데 현장 복귀 이틀째인 지난 6일 서울의료원을 방문 취재하던 중 발열이 감지됐고 즉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았다. A 기자가 지난 5~6일 근무한 서울시청 기자실은 방역 소독을 위해 한때 폐쇄됐고, 해당 기자와 같이 식사한 회사 동료와 서울시 간부 등도 감염 우려에 긴장해야 했다.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왔으나 서울시 기자단은 혹시 모를 바이러스 감염 차단을 위해 오는 13일까지 기자실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A 기자가) 대구에서 취재할 때 보건복지전문기자의 지침에 따라 감염 위험성을 철저히 배제한 방식으로 취재했다”면서도 “해당 기자가 한때 미열이 나는 등 일부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감염위험 지역을 취재한 기자들에 대해선 더 철저히 감염 가능성 예방조치를 시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달 21일 공표한 ‘코로나19 보도준칙’ 제1항은 기자의 안전과 관련돼 있다. 기자협회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자 스스로의 안전”이라며 “이를 위해 회사 측과 상의해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충분히 지급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호구를 착용하고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고 해서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0일 광주전남기자협회보에 따르면 한 촬영 기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가 활동한 건물을 취재하면서 내부의 어떤 것도 손으로 만지지 않았고 낮은 화각(low angle)으로 촬영할 때 카메라가 바닥에 닿는 것조차 신경 쓰였다고 전했다. 현장 중계를 많이 하는 방송 기자들의 불안감 역시 크다. 이런 이유에서 KBS는 ‘취재진 안전’이란 대원칙 아래 대구경북 지역 현장 연결을 병원 앞이 아닌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된 대구시청 안에서 진행하고 있다.
마스크 등 안전장비 지급도 원활하지 않다. 대다수 언론사는 사회부와 사진부 등 현장 취재·촬영 기자들을 중심으로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배부하고 있다. 각 사 노조도 안전 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마스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언론사 역시 다량의 마스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자가 사비로 마스크를 구매하기도 하고, 개인이 구매한 뒤 영수증을 회사에 제출하면 현금 보상을 해주는 곳도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이마저도 어려워져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에서 “보호구 및 위생관련 물품의 부족 또는 공급혼선에 대비하여 사전에 물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민주노총 법률원도 지난달 27일 배포한 Q&A 자료에서 “사용자는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예방 및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면서 “사용자의 예방과 안전조치는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