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이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고 있을 시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대면접촉 선거운동은 부쩍 줄어든 모양새지만 예비후보들은 방역 봉사활동 등 다양한 선거운동으로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언론인 출신 후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치개혁, 지역발전 등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을 외치며 후보들은 어제도 오늘도 여의도 입성을 노리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명부에서 이번 총선에 출마한 언론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70여명의 언론인 출신 후보들이 총선 무대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이미 전략공천이 됐거나 유력하게 공천 검토 중인 이들도 포함했다.
언론사별로 살펴보면 MBC가 가장 많은 14명의 예비후보를 배출했다. 지역MBC까지 포함하면 총 17명이다. 시사제작국장을 역임했던 박용찬(서울 영등포을),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았던 배현진(서울 송파을), 기자 출신의 김은혜(경기 성남분당갑), 보도국장을 지낸 황헌(경북 영주·문경·예천) 후보가 미래통합당에서 우선추천 또는 단수추천을 받았다. KBS(6명), 동아일보(6명), 문화일보(4명) 출신 언론인들도 적잖이 출사표를 던졌다. KBS에선 PD 출신의 이석형(광주 광산갑) 후보와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후보 등이, 동아일보에선 기자 출신의 양기대(경기 광명을) 후보 등이 도전장을 냈다.
당별로는 미래통합당 소속 예비후보가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남 지역 출마자는 MBC 시사제작국장을 지낸 정연국(울산 중),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정인철(경남 진주을), 90년대 경상일보 기자로 일했던 이장권(경남 양산을) 후보 등 9명이다. 대구·경북에서는 7명의 예비후보가 미래통합당 당적으로 등록했다. KBS 미디어 사장을 역임한 박영문(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SBS 앵커 출신의 홍지만(경북 고령·성주·칠곡) 후보 등이 통합당 공천을 신청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27명의 언론인 출신 후보들이 도전장을 냈다. 서울 지역 출마자가 많았는데 JTBC 아나운서 출신의 박성준(서울 중구성동을), KBS 아나운서 출신의 고민정(서울 광진을) 후보가 전략 공천됐다. 정의당에선 전 SBS 기자였던 박수택 후보가 경기 고양시병 후보로 뛰고 있고 윤창중 전 문화일보 기자도 자유통일당 소속으로 대구 동구을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 초·재선 의원들은 대부분 재출마했다. 김영호(서울 서대문을), 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 박광온(경기 수원정), 박대출(경남 진주갑),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은 20대 때와 똑같은 지역구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비례대표 초선 강효상 의원은 서울 중구성동갑에서 통합당 공천을 놓고 김진 전 중앙일보 기자,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3자 경선을 치른다.
언론인 출신끼리 경쟁을 벌이는 지역도 눈길을 끈다. 서울 마포구갑에선 각각 민주당과 통합당 공천을 통과한 노웅래 전 MBC 기자와 강승규 전 경향신문 기자가 맞붙게 됐다. 18대·20대 총선에 이은 3번째 대결이다. 경북 포항시북구에선 강훈 전 조선일보 기자가 통합당 공천을 통과할 경우 민주당 오중기 전 동아일보 기자와 맞붙게 된다. 대전 대덕구에서도 경향신문 원주지사장을 지낸 김영회 후보와 전 CBS 기자였던 김근식 후보가 각각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쟁하고 있다.
공천 과정부터 경쟁을 벌인 언론인 출신들도 많았다. 대구 동구갑에선 천영식 전 문화일보 기자와 김승동 전 CBS 기자, 이진숙 전 MBC 기자가 경쟁 구도를 형성했지만 이진숙 전 기자만이 살아남았고, 경기 성남시중원구에선 윤영찬 전 동아일보 기자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조신 후보를 꺾고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경기 고양시을에선 전 한국일보 기자인 송두영 후보와 전 MBC 아나운서인 한준호 후보가 경쟁해 한 후보가 승리했다.
언론인 출신 예비후보들의 경력은 화려했다. 특파원을 비롯해 메인뉴스 앵커, 정치·사회부장, 보도국장까지 편집·보도국 내에서 핵심 요직을 거친 후보들이 다수였다. 중앙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이상일 후보를 비롯해 민병두·최형두(문화일보), 허용범(조선일보) 후보 등이 워싱턴특파원을 지냈고 윤두현(YTN), 장원용(대구MBC) 후보 등은 보도국장을 역임했다. 다만 화려한 경력의 예비후보일지라도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미투’ 논란으로 정밀심사 대상에 올랐던 3선의 민병두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 것을 비롯해 민경욱, 신경민 등 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장 출신 예비후보도 적지 않았다. 안병길 전 부산일보 사장과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은 이번 총선에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이들의 출마가 몸담았던 언론사의 보도 공정성과 연관될 수 있다며 각 신문사 노조에선 크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공천 신청한 김재철 전 MBC 사장, 통합당이 경남 김해갑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검토했던 김장겸 전 MBC 사장은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재철 전 사장은 그러나 10일 통합당의 비례대표 공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 명단에 길환영 전 KBS 사장과 함께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