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유일의 지상파방송사인 ‘KFM 경기방송’이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1997년 지상파 민영 방송사로 출범한 지 23년 만이다.
주주총회가 열렸던 지난 16일 경기방송은 입장문을 통해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주축이 된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이 이어지면서 기존 예산들이 줄줄이 중단, 삭감됨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인 매출의 급감이 뒤따랐고, 올해도 주요 예산들이 큰 폭으로 삭감 및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또 “잦은 헤게모니 싸움에 패권다툼 양상의 내분 등을 십수 년 간 겪으면서 사실상 정상적 방송언론으로서의 기능은 완전 상실됐다”고 폐업 이유를 밝혔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허가를 자진 반납하고 폐업을 결정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우리는 경기방송의 폐업 결정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경기방송에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소유·경영의 분리와 보도 및 편성의 독립이었다.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는 재허가 기준 점수 650점 미만으로 평가된 경기방송에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편성 독립성 제고 계획 미흡, 방송법 위반 상태 지속,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감사위원회 독립성, 협찬 수익 과다 등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지역 라디오 사업자로서 20년 넘게 방송을 해온 점과 시청자 권리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 재허가 조건은 방통위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 임원을 경영에서 배제할 것과 공개 채용 등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마련할 것 등이었다. 한마디로 더 투명한 경영을 하라는 것이다.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운용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그에 상응하는 공적 책임을 져야 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경기방송뿐 아니라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부과된 조건이다. 그러나 경기방송은 이러한 공적 요구에 폐업으로 응답했다. ‘번거로운 의무는 지지 않겠으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무책임한 결정이다.
노조의 경영 간섭과 지자체의 언론 탄압 등이 폐업 결정의 배경이라는 설명도 구차하다. 경기방송은 2017년에는 25억원, 2018년에도 21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냈고 창립 이후 파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정말 언론탄압이 문제였다면 싸웠어야 했다. 경영진이 내던져버린 주파수는 그들을 탄압했던 권력의 편이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사는 자유와 독립을 위협하던 세력과의 싸움 그 자체다. ‘언론 탄압’은 투명성 문제를 지적받아온 경영진이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수익이 급감했다며 방송을 포기한 경영진이 폐업의 구실로 삼을 수 있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경기방송은 변명거리를 찾기 전에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했다.
현재로선 경기방송의 폐업신고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방송 중단 시점을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조정하고, 방송 장비를 당장 매각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기방송 노조는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날 때까지 무임금으로라도 방송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방송에는 프리랜서 등을 포함해 모두 1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고용 승계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대한 빨리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소유·경영의 분리와 보도 및 편성의 독립이 보장된 새로운 민영 방송사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논의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취자 권익 보호와 공공성 회복이다. 투명하고 독립적인 방송이 경기도민의 신뢰를 얻을 때, 비로소 경기방송 경영진들이 고민했던 수익성의 실마리도 풀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