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사상 첫 대통령 탄핵 소추… 헌재·기자들, 취재과열 예방 위한 '신사협정'

[저널리즘 타임머신] (12) 기자협회보 2004년 3월 24일자

“헌법재판소와 출입기자들 사이에 ‘신사협정’이 맺어졌다. (2004년 3월) 15일 기자들과 헌재 관계자들이 맺은 ‘신사협정’의 내용은 △재판관들이 집무하는 3층 이상은 사전 연락 없이 출입을 자제한다 △재판관들의 출근길 취재를 헌법재판소장과 주심 등 두 명으로 제한한다는 것 등이다.”

2004년 3월15일 헌법재판소와 출입기자들이 ‘신사협정’을 맺은 배경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가 있었다. 앞서 같은 달 12일 국회에 상정된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현직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판단할 헌재에 이목이 쏠리던 상황이었다.



당시 헌재를 출입하던 류지복 연합뉴스 기자는 그해 5월 탄핵안이 기각된 후 쓴 <탄핵심판 두달간의 긴 여정 ‘뒷얘기’>에서 “윤영철 헌재소장은 사전에 잡은 기자단 오찬일정이 공교롭게 탄핵소추안 의결일인 3월12일과 일치, 오찬장이 기자회견장처럼 변하는 바람에 진땀을 흘렸다”며 “또 윤 소장이 취재 경쟁 과열로 출퇴근시 이리저리 떼밀리고 방송 카메라에 부딪힐 뻔한 일까지 당하자 헌재 사무처는 취재협조를 당부, 기자단과 일시 ‘신사협정’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신사협정 체결 소식을 보도한 기자협회보는 기자들과 헌재 관계자들 모두 대통령 탄핵 관련 사안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면서도 협정안 적용에는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 헌재 공보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자들과 불편한 일은 없었다. 오히려 평소 썰렁했던 기자실이 활기가 넘쳐 즐겁다”고 말한 반면, 한 출입기자는 “매일매일 기사는 써야 하는데 공개되는 사실이 없어 답답하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기자도 “취재원 접근도 어렵고 진행 과정을 알 수 없다는 게 기자로서는 스트레스”라고 밝혔다.


16년 전 선배들의 하소연을 접한 현직 법조기자는 지금은 그때보다도 판사, 검사를 직접 접촉할 기회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이 기자는 “요즘엔 기자가 인사차 법원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큰일 난다. 검찰청엔 층별로 출입증이 따로 있어 기자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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