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된 코로나 환자 무사하다는 연락… 그 자리서 눈물이 왈칵"

[인터뷰]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지금 바로 대구로 달려와 주십시오.” 지난 2월 말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이 대구경북 지역 의사 5700여명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2월 중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회장의 호소에 수많은 의료진이 대구로 달려갔다. 의사인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도 그 중 하나였다.


“사실 내려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경북대병원 인턴의 문자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이 인턴은 확진자가 경북대병원을 거쳐 가 자가 격리 중이었는데, 고생하는 동료들 때문에라도 조기 복귀하고 싶다고 교수에게 요청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그걸 전달받은 병원장이 저에게 알려줘 기사로도 썼는데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마침 대구시의사회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보내왔고, 또 많은 의사들이 대구에 몰리기 시작해 저도 가기로 마음을 굳혔어요. 회사는 처음에 거듭 만류했지만 제가 수차례 설득해 겨우 허락을 받았습니다.”


의료봉사 후 2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난 뒤인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를 만났다.

그렇게 지난달 5일 이 기자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향했다. 의료진을 제일 필요로 하는, 가장 전쟁터 같은 곳이었다. 기사로만 썼던 방호복을 입는 것으로 빽빽한 일정이 시작됐다.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 오전엔 바이러스 검사와 함께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오후엔 병동을 회진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부터 위험했다.


“오염된 옷이다 보니 잘못 벗게 되면 그대로 감염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손을 먼저 소독하고 눈을 감은 채로 고글과 마스크를 벗는 등 항상 주의해야 했어요. 병동 회진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 병동에서 50~60명의 환자를 상대했는데 혹시나 중증으로 갈 확률이 있는 분들은 긴장하고 상태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제가 있던 병원은 그나마 중증 환자가 적고 경증 위주의 환자였는데도 쉽지 않았어요.”  


의료봉사 이틀째엔 가장 힘든 일이 주어졌다. 82세 할아버지의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는데 이 기자가 이를 맡은 것이다. 여분의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가 있는 전북대병원까지 182km를 답답한 방호복을 입고 환자와 함께 응급차로 이동해야 했다. 설상가상 환자 상태는 심각했다. 숨을 못 쉬어 고통스러워했고, 여차하면 기도 삽관까지 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 기자는 “거의 다 왔다”며 두 시간 내내 환자를 달래고 용기를 줬다. 다행히 환자는 별 탈 없이 전북대병원에 도착했다. “돌아오는 길엔 거의 녹초가 됐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도 일어나기 힘들 정도였는데, 기쁘게도 다음날 환자가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감격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환자 이송을 위한 응급차 앞에서 방호복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대구동산병원에서 일주일간 의료봉사를 한 이후엔 경주 생활치료센터에서 추가로 3일간 의료봉사를 했다. 주로 경증 환자들이 있는 곳이지만 언론인으로서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덕분에 기사 작성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초기 시스템은 미비했지만 현장 의료진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드라이브스루’ ‘워크스루’ ‘생활치료센터’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 대표적인 방안이었음을 확인했어요. 다만 코로나 사태가 너무 장기화되다 보니 의료진이 과연 체력적으로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되더군요. 한두 달이야 다들 버틸 수 있겠지만 이젠 의료진들이 실제 쉴 수 있는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자 역시 단 10일이었지만 육체적 한계를 느꼈다. 그나마 의료봉사가 끝난 뒤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며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했다. 자가 격리 중엔 그동안 못 썼던 기사와 체험기를 동아일보와 주간동아 등에 올렸다. 독자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의 경험담을 실은 주간동아 기사는 다음에서만 100만 PV가 찍혔고 댓글도 1700여개가 달렸다. 다른 기사에서도 ‘감사하다’ ‘고생 많으시다’ 등 격려 댓글이 몇백 개씩 달렸다.


“독자들 반응이 좋아 언론인으로서 나름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회사가 허락하는 한 현장에 가서 도울 생각입니다. 의학전문기자로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저처럼 자격증이 있거나 특성화된 전문 분야가 있는 기자 분들도 현장에서 직접 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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