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보 2001년 4월7일자는 독립언론 3주년을 맞은 경향신문 내부의 고민을 전했다. 앞서 경향신문은 1998년 4월 한화그룹이 보유한 주식 전부를 우리사주조합이 양도받아 그룹에서 분리, 독립언론을 기치로 새 출발했다. 신문의 논조도 중도에서 진보로 한 걸음 이동했다.
기자협회보 기사에서 당시 박명훈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중립지에서,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고려할 때 진보쪽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있는 자리에 서 있다”며 “큰 테두리 내에서 이 같은 방향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경향신문 기자들은 독립언론·진보지로 탈바꿈한 후 3년간 혼란과 고충을 겪었다. 구성원들은 ‘기존의 중도 이미지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인식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노조는 그해 3월 편집국 워크숍을 진행한 뒤 “독립언론의 지향점에 대한 내부 결속이 불완전하고 젊고 강한 신문을 시장에 착근시킬 수 있는 제작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이 같은 난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여전히 부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경향신문은 독립언론 전환의 긍정적 효과도 내비쳤다. 당시 자체 설문 결과 경향신문 기자들은 편집·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11개 대상 중 광고주를 주요 세력으로 꼽았으나 사주·발행인은 가장 낮은 순위였고, 노조를 5번째로 꼽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보는 “(사주·발행인이 편집·보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계 일반과 비교해 경향신문은 차별화된 조직 풍토임에는 분명하다”면서 “이같은 차별성을 어떻게 지면으로 이어낼 것인가, 여전히 경향신문은 그 고민의 도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올해로 독립언론 22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에도 여전히 유효한 고민이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