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60, 70년대에는 창경원에 가면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나선 동료 선후배를 모두 만날 수 있었다. 80년대에는 대공원에서, 그리고 90년대 초에는…각자가 나름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올해 신문의 날에는 상당수 언론 동지들이 언론현장을 지켰다. 고단한 모습들이었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광고를 하루라도 더 얻기 위해 신문의 날도 신문을 내야 하는 상황. 그래서 그들은 무거운 어깨를 펼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매년 4월7일은 신문의 날이다. 한국 최초의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1896년 4월7일)을 기려 1957년 제정됐다. 올해 제64회 신문의 날을 맞아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지난 6일 기념대회를 열고 언론 본연의 가치인 ‘진실 보도’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지난 1998년 신문의 날, 기자협회보는 언론 개혁을 이야기했다. 그해 4월13일자 기자협회보는 <신문의 날과 한국언론 - 그래도 언론개혁은 멈출 수 없다>라는 ‘우리의 주장’(사설)에서 언론인들에게 자존감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기자협회보는 “상당수 기자가 광고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며 “비록 일부라고 하지만 애써 취재한 기사가 광고 유치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해괴한 소문도 들린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사이비 기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얘기”라면서 “그 사이비 기자를 조장하는 곳이 다름 아닌 기자가 속한 언론사라는 대목에서는 도대체 말문이 막히고 만다”고 개탄했다.
기자협회보는 “광고주와 결탁된 언론은 이제 언론이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또 “언론의 정도를 말하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린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안타까운 언론계 현실과 함께 기자협회보 스스로의 무력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면을 통해 누차 언론의 개혁을 부르짖어온 본지는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주장할 것인가. 또다시 애꿎은 기자들을 나무랄 것인가. 아니면 편집권 독립과 경영의 투명성 확립을 외면한 채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언론사주를 질타할 것인가. 설사 그렇다 한들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말인가.”
기자협회보는 기자들에게 묻는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거대 언론의 한갓 부속품으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자존을 지키는 생명체로 거듭나 급기야는 바른 언론의 밑거름이 될 것인가.” 그때 선택의 기로에 서 있던 우리는 22년이 지난 지금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듯하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