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취재.’ 채널A의 한 법조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를 상대로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들춰내기 위해 압박성 취재를 했다는 지난달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의 타이틀이다. 신라젠은 항암제 ‘펙사펙’을 개발해 관심을 모았으나 지난해 8월 임상시험을 중단하며 주가가 폭락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경영진 일부가 미리 주식을 매각했고, 신라젠은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소문도 퍼져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채널A 기자는 이 전 대표 측 인사와 여러 번 만나 ‘취재’를 명분으로 검찰과의 형량 거래를 제안했고, 이 전 대표에게도 직접 수 차례 편지를 보냈다. 그의 행태에 이 전 대표 측은 그야말로 공포감 그 자체를 느낄만 하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전 대표 인사에게 “(검찰과) 자리를 깔아줄 순 있다. 가족은 살릴 수 있다. (협조하지 않으면) 가족이 죽는다”고 했다. 명분은 취재이지만 특정 검사장을 거론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여권 인사들이 신라젠의 불법적인 주식 매각에 연루돼있다는 내용을 알려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이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는 “안 되는 걸 되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될 만한 것은 되게 할 수 있다”며 거간꾼 노릇까지 자처한다. 여권 인사의 비리 내용을 알려주면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막아주겠다는 제안이다. 참담한 일이다.
어떤 명분으로도 채널A 기자의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그의 행동은 취재과정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해야 하고, 엄격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요 수사방해이자 범죄 행위다.
특히 보도 이후 여권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윤석열 검찰과 언론 간 ‘검언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건의 논평자가 아닌 수사의 한 축을 자임하면서 언론이 검찰과 공생했던 과거는 지울 수 없는 과오다. 이런 부끄러운 과거는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비등해진 검찰과 언론개혁의 목소리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채널A 기자의 행태가 사실이라면 앞으로도 이런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검찰과 해당 언론의 숨김 없는 해명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 전체는 이번 사태를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채널A 기자의 취재방식이 기자와 취재원 간 통상적 취재방식에서 벗어나 보도윤리를 심각히 위반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다만 그와 별개로 MBC 보도를 놓고도 말들이 나온다. 보도윤리 위반 사례를 발굴해 취재한 것은 유의미하나, 그 과정에서 제보자의 주장에 의존하는 듯한 보도, 이 전 대표가 전해 들은 주장을 입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점 등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신라젠 사건과 별개로 7000억원대의 투자 사기 혐의로 수감돼 있는 인물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MBC 보도의 제보자는 ‘윤석열 검찰’을 지속적으로 비난해 왔던 ‘친여 브로커 설’이 끊이지 않는 인물이다. MBC 내부에서도 보도 직후 “좀 더 치밀하게 제보자 주장을 검증하자, 신중히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조국 사태’ 이후 윤석열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보도일수록 사실 관계의 확인과 교차 검증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