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올해의 기자상'은 TV로 중계한다

[글로벌 리포트 | 핀란드] 최원석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교 미디어교육 석사과정

최원석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교 미디어교육 석사과정. 핀란드에서도 좋은 언론 보도를 선정해 시상한다. 기자협회는 좋은 보도나 기획물을 찾아 기사와 기자를 소개한다. 평소엔 언론계 소식을 전하고, 주요 사회적 현안에 맞춰 알고 있어야 할 취재 윤리 가이드라인과 안전수칙을 발 빠르게 안내한다. 특히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를 위한 고용 관련 정보, 이를테면 코로나19 상황 속에 예고 없이 업무 계약이 취소되어 소득 타격을 입은 회원들을 위한 정보는 유용하다. 연초에는 임금협상 및 파업예고와 관련한 내용이 많이 올라오기도 한다. 딱딱한 언론계 소식 가운데 ‘올해의 기자대상’ 수상작 발표가 눈에 띄어 살펴봤다.


심사위원회는 후보자를 미리 영상과 기사로 소개해 대중의 관심을 끈다. 기자 개인과 각 언론사는 후보에 선정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 독자에게 알리기도 한다. 주요 언론사뿐만 아니라 소규모 독립 언론과 미디어 단체, 프리랜서 기자 가운데도 후보를 선정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이 행사를 방송사 MTV에서 생중계한다는 점. 수상작도 라이브로 발표한다. 핀란드 언론계에서 가장 큰 행사인 만큼 분위기는 흡사 연기대상 급이다. 2019년 핀란드 기자대상 (Suuri Journalistipalkinto) 수상작은 무엇이었을까?


‘올해의 기사’는 유명 문화계 인사의 기이한 착취 행각을 드러낸 헬싱긴 사노맛 ‘베이요 발트자르의 컬트(신흥종교)’에 돌아갔다. 77세 극작가이자 공연 감독인 베이요 발트자르(Veijo Baltzar)가 공연 준비를 빌미로 10대 여고생들을 꾀어 자신의 저택에서 머물게 하는 등 자신의 지위를 교묘하게 남용한 과정을 취재했다. 기사는 또 유랑민족인 로마인 출신의 성공한 핀란드 문화계 인사가 정계 인맥을 바탕으로 어떤 권력을 얻었는지도 소개했다. 미투운동 이전에 수년 간 발생한 피해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에 핀란드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빠아보 떼이띠넨(Paavo Teittinen)과 까뜨리 깔리온빠(Katri Kallionpaa)는 1년 넘게 사안을 취재하면서 증언과 자료를 수집했고,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발트자르와 동조자는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되었다.


‘올해의 기자’는 의미 있는 취재로 핀란드 언론계에 모범이 될 만한 저널리스트를 선정한다. 올해는 2019년 시리아 난민 캠프 취재로 핀란드 국적 여성들 관련 소식, 캠프내 아동 생활 환경 등을 생생하게 알린 윌레(Yle)의 안띠 꾸로넨(Antti Kuronen)이 영예를 얻었다. 그는 뛰어난 취재 기술로 인터뷰이에게 빠르게 신뢰를 얻고,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미있는 부문, ‘올해의 저널리스트 상사’도 있다. 디지털 구독 증가와 같이 언론사 조직 내 주요 성과를 끌어올리면서도 동료에게 신망을 받는 ‘보스’(핀란드어로 뽀모 pomo)를 뽑는다. 올해는 종합일간지 아아무레흐띠 뉴스 매니저 리이나 네발라이넨(Riina Nevalainen)이 받았다.


‘올해의 저널리즘 활동’에 과학 저널리즘 웹사이트 ‘해독제’(Vastalaake.fi)가 선정된 건 필연이었을까. 올해 핀란드 기자대상 심사위원회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전에 이 소규모 독립 언론을 주목했다. 과학 및 건강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쉽게 풀어 쓴 기사를 독자에게 제공해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필진은 투르꾸 약대(Turku Faculty of Medicine) 학생 모임 회원과 과학계 의료계 전문가로, 대중이 오해하는 건강 상식이나 의학 정보를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로 활동을 시작했다. 핀란드 평생교육재단(KVS)과 교육문화부에서 초기 운영비를 지원했다. 이후에 어떻게 독자를 계속 유지하고 수익을 낼 것인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이 소규모 과학 매체를 ‘올해의 기자대상’ 수상작으로 뽑는 핀란드 언론계의 시각과 포용력은 배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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