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바란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선 기자·아나운서 등 언론인 출신 후보 15명이 초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재선 이상의 국회의원까지 합하면 언론인 출신은 모두 24명이다. 정치 신인도,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도 있다.


국회에 진출하는 특정 직업군 중에선 언론인이 주목받는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본인이 의도를 했건 아니건, 언론인으로서 대중, 즉 유권자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많았기에 유리한 점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국회에 들어간 이상,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이자 언론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이유다. 기자협회보의 지난 3월 보도에 따르면 그러나 언론계 출신 정치인들의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본회의 출석률은 전체 의원들의 90.14%보다 낮은 88.47%였고, 가결된 법안 개수는 전체 의원의 평균인 4.12개보다 낮은 2.95개에 불과했다.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각 소속 정당이 기대하는 역할이 별도로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입법이 소임인 국회의원의 기본 책임에 과연 얼마나 충실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더 아쉬운 점은 언론인으로서의 전문성을 입법 활동에서 발휘한 경우가 적다는 분석 결과였다. 지난 20대 국회는 특히 언론 관련 법안이 규제 일변도였다는 점에서 21대 국회에 큰 교훈을 남겼다.


한국의 언론은 지금 여러모로 백척간두에 서있다. 너도나도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에 목소리를 높인다. 그 주장에 동조하는지 반대하는지 여부를 떠나, 그만큼 ‘언론’이라는 존재가 2020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위태롭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둔 여당이 특히 되새겨야 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있다. “2022년까지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30위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 약속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21일 발표한 ‘2020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42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가 지난 정권에서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재 한국 언론계가 직면한 문제들은 한 둘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악화일로인 정보의 확증편향에다, 오프라인 유료 독자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가운데 거대 포털의 지배 아래 무료로 뉴스 콘텐츠가 소비되는 게 당연시 되면서 이익 창출 창구가 안갯 속이라는 점도 문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선을 앞두고 5개 정당과 체결한 정책 협약이 좋은 참고가 된다. 언론노조가 지난 10일 밝힌 바에 따르면 이 협약엔 미디어 노동자의 권리 존중, 언론의 독립성과 공적 책무 강화, 시민 참여와 결정에 따른 미디어 거버넌스 확립, 미디어 규제 및 진흥체계의 개혁, 공적 소유 미디어의 독립성 확보, 민영방송의 공공성 강화, 미디어 다양성을 위한 재원 마련 등 7개 과제가 망라돼 있다. 언론계가 직면한 대부분의 이슈들은 정리되어 있는 셈이다. 이를 토대로,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춘 개혁이 아닌 진정한 언론 혁신을 해내는 데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활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4년 후,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의 성적표가 초라하지 않도록 숫자와 법안으로 결과를 내길 바란다. 실패한다면 언론을 도구로 삼아 정치권을 기웃거린 권력욕의 노예 또는 하수인에 불과함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 될 것이다. 당의 나팔수 역할에 안주하면서 정치적, 정책적 비전의 빈약함을 노출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결코 바라는 바는 아니나, 그렇게 될 경우 가장 따끔한 비판을 할 이들은 당신들의 후배 언론인이다. 이 점 잊지 않길 바란다. 이제 축배 대신 연구와 고민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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