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라는 유령

[글로벌 리포트 | 독일]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가짜뉴스’는 어디에나 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자신이 가짜뉴스를 보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다.


지난 미국 대선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가짜뉴스가 생성되고, 또 사회각계에서 회자되는 것을 보면 그 파급력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독일에서도 가짜뉴스는 여러 정보창구를 통해 생성되고 소비되며 위력을 떨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난민신청을 위해 임시체류를 허가받은 피난민들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담은 가짜뉴스가 확산되었다.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가짜뉴스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bpb(독일연방정치교육센터)에선 가짜뉴스를 ‘위조된 뉴스’, 또는 ‘허구(날조)인 뉴스’ 개념으로 정의한다. 가짜뉴스는 없던 내용을 새롭게 만드는 한편으로 현존하는 사실 또는 진짜뉴스를 조합하여 그럴 듯하게 보이도록 꾸미기도 한다. 이렇게 생성된 뉴스는 본연의 의미가 아닌 조작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역시 가짜뉴스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이 기관에선, 가짜뉴스는 그것이 제작될 때부터 증오나 금전적 이익, 정치세력 확보 등의 특정 의도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제공자와 사실 및 내용 적절성 등을 확인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bpb는 뉴스이용자가 주의 깊게 뉴스를 보고, 뉴스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으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인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기관에 기고된 어느 글에선 가짜뉴스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큰 위협을 주지 않는 선전과 소문과 같은 것이기에 가짜뉴스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원론적인 의견들이기에 큰 이견은 없지만, 공적인 규제의 필요성은 상존한다.


몇 년 새 독일에선 가짜뉴스 대응정책 언론사와 소셜네트워크 사업자에게 각각 적용되는 이원화된 규제체계를 마련했다. 언론사들은 올해 하반기 공식적으로 채택될 예정인 ‘미디어주간협약’(現 방송주간협약)에 의거하여 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확인을 이행하도록 했다. ‘저널리즘-편집’의 원칙에 따라,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언론사들은 자신들이 가입한 독립기구(자율규제기구 또는 독일언론위원회 등)를 통해 기본 저널리즘 원칙 준수여부를 평가받는다. 소셜네트워크 사업자에겐 ‘소셜네트워크집행법’을 통해 네트워크 사업자가 모욕, 비방, 욕설의 내용이 담긴 콘텐츠를 제거하는 활동이 의무화되었다.


규제에는 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독일에서 마련한 가짜뉴스 대응전략은 언론사와 소셜네트워크에 적용되고, 개인이 생산하는 가짜뉴스는 규제 틀에서 벗어나 있다. 최근 들어 가짜뉴스가 메신저를 이용한 개인 활동을 통해 확산되고 있기에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정책들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 외의 단체나 개인들에 대해 가짜뉴스 제작이나 유포를 제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자유로운 의견 형성과 교환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있으니 말이다.


이미 생산된 가짜뉴스는 진짜뉴스와 마찬가지로 어딘가에 저장되어 소멸되지 않고 새로운 채널과 플랫폼을 타고 재생산된다. 가짜뉴스라고 판명되어 제거될 경우, 그 정보를 믿고 있는 사람들은 반대파들이 자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더욱 그 정보에 신뢰를 표한다. 그리고 이것은 기존에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더욱 강한 신뢰로 이어진다. 가짜뉴스에 대한 제재가 강해질수록 확증편향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의 무한반복이자 자가증식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나 독일이나 가짜뉴스는 쉽게 사라질 위협으로 보이진 않는다. 차별과 혐오가 가짜뉴스가 배양될 토양으로 작용하고 있고, 정치세력이나 이익집단들이 그 열매를 나눠주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지루한 논의들이 지속될 수도 있겠지만 유럽연합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가짜뉴스 대응방법, 독일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식을 고안할 시기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