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적 진실 효과

[언론 다시보기]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 중 하나는 허위정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에 대해 걱정이 많다보니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사실인 것처럼 쉽게 유포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상당수는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페이스북, 트위터 등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의 서비스에 올라오는 허위정보성 게시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다.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 이들 플랫폼 기업들은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게시물에 대해 신뢰할 만한 언론사로 하여금 ‘팩트 체크’를 실시하게 한 후, 그 결과 거짓일 가능성이 높을 경우 해당 게시물에 ‘경고’ 표식을 붙이고 있다. 이용자들에 해당 내용의 사실 여부가 불확실함을 알려 그 이용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그런데 이 ‘경고’ 표식이 별 효과가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허위정보일 수 있다는 ‘경고’ 표식이 붙은 게시물을 이용자들이 궁금한 마음에 더 이용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평소 생각과 상반되는 증거가 제시되어도 반발 심리에 의해 기존 생각이 더욱 강화되는 ‘역화 효과(backfire effect)’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언론사가 허위라고 규정하니 오히려 허위가 아닐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역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연구들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역화 효과보다 다른 것이 더 문제라는 연구 결과가 바로 이어졌다. 허위정보 경고 표식을 붙임으로 인해 사람들이 그 표식이 없는 다른 내용들을 사실 여부가 확인된 것으로 믿게 만들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암시적 진실 효과(implied truth effect)’라고 부른다. 허위정보라는 경고 표식을 붙이기에 모호한, 허위와 사실의 경계선에 있는 부정확한 내용들을 사실 여부가 확인된 것으로 믿어 버리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허위정보성 게시물에 경고 표식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사실 여부가 애매한 수많은 내용들에게 사실의 위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경고다.


허위정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허위정보를 찾아내 차단하라는 요구도 많다. 현실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되는 허위정보를 일일이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다 찾아냈다고 해도 허위정보가 완전히 차단될 수는 없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모호하기 때문이다. 허위정보를 찾아 차단하는 방식은 그 모호한 정보들에게 허위가 아님을 보장하는 것이 된다. 암시적 진실 효과를 감안하면 허위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코로나19로 허위정보도 많아졌지만,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정보 수집을 위해 기존 언론의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코로나19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코로나19 이전의 언론은 신뢰의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의 시대는 언론에게 기회다. 언론 신뢰 하락이라는 이전의 시기가 잊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위정보를 탓하고 비판하고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허위정보와는 전혀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뉴스를 전혀 안 보던 10대들이 감염의 공포로 인해 뉴스를 보고 있다. 언론이 과거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맞아 신뢰를 처음부터 쌓아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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