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기자협회보 1000호 특집 김대중 대통령 인터뷰... "과거 독재치하서 정론 펼친 용기, 항상 경의"

[저널리즘 타임머신] (18) 기자협회보 1999년 5월 10일자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김대중 대통령이 20여 문항에 달하는 많고 긴 질문에 답변한 적이 없으며 게다가 언론과 관련된 예민한 내용만을 집중적으로 물은 데 대해 상당히 난감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도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포함하는 대언론 발언을 하는 데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 비록 서면 인터뷰 형식의 질의응답이나 답변서에는 언론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진솔한 목소리가 많이 반영됐다.”

기자협회보는 1999년 5월10일 지령 1000호를 맞아 김대중 대통령과 특집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두 면에 걸쳐 실린 질의응답 내용을 통해 자신의 언론관을 가감 없이 밝혔고, 언론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논설위원이라면 어떤 주제의 글을 쓰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개혁을 얘기할 것”이라며 “사설이나 칼럼은 품위와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소문이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논리를 전개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 때문에 점차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가장 안타까운 보도로는 ‘일부 언론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기사’를 꼽았다. 그러면서 “97년 대선 당시 몇몇 언론의 편파 보도와 그 배경은 언론계와 언론학자들이 다 알고 있다”면서 “떳떳이 누구를 지지한다고 밝히거나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다. 공정보도를 위장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것은 언론 역사에서 반드시 비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통령은 “언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필봉이 (사회에) 막강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항상 유의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진실을 보도하고 소신을 밝히려는 자세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주나 일부 종사자의 이익이 아니라, 언론의 본질인 공정성을 귀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언론계와 나라에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기자협회보에 대해선 “나는 기자협회보가 과거 독재하에서 두려움을 무릅쓰고 정론을 펴온 그 용기에 항상 경의를 표해 왔다”며 “그러한 용기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1964년 창간된 기자협회보는 1999년 1000호에 이어 21년 만인 올해 9월23일자로 2000호를 맞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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