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감시 프로젝트 K '의원과 법'

[제355회 이달의 기자상] 정성호 KBS 정치부 기획팀 기자 / 기획보도 방송부문

정성호 KBS 기자. 4년에 한 번, 만사 제쳐두고 투표장을 찾는 이유는 일 잘하는 인물을 뽑기 위해서일 겁니다. 이렇게 뽑은 20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보도 당시 2만2000건이 넘었습니다. 한 명당 68건. 외견상 일을 많이 한 것처럼 보였는데, 과연 내실은 있었을까요?


시작부터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2만여건 법안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을 파일로 정리했는데, 워낙 양이 많다 보니 컴퓨터는 자꾸만 버벅거렸습니다. 눈은 침침하고, 어깨는 결리고, 안 아프던 허리까지 말썽이었습니다. 그렇게 꼬박 5명이 일주일 넘게 매달리고 나서야 법안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690건 넘게 발의한 입법왕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예비군 갑질 금지법’, ‘건설업자 호칭 금지법’ 등 엉터리 법안도 수두룩했습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에 유리한 법안은 소리소문없이 발의됐습니다. 법안 제안자가 후원회장이거나 로비 정황이 눈에 띄는 법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추적은 쉽지 않았습니다. 후원 등의 대가로 법안 발의가 이뤄진 경우에도 당사자들은 입을 꾹 다물거나 ‘모르쇠’로 일관할 때가 많았습니다.


21대 국회 개원, 머지않았습니다. 아마도 이전 국회에서 폐기됐던 법안들이 다시 무더기로 발의될 것이고, 또 누군가 로비한 법안도 버젓이 발의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겁니다. 제대로 된 법안 심사를 기대해보지만, 못지않게 우리 손으로 뽑은 의원들이 제대로 일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는 것도 우리의 의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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