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지병으로 별세한 고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2007년 여름부터 1년간 기자협회보 여론면 ‘언론다시보기’ 필진으로 활동했다. 평소 현업 언론계에 큰 애정을 보였던 그는 첫 번째 칼럼인 2007년 7월4일자 <기자님과 기자놈>에서 기자사회를 향한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언론학을 전공한 이유부터 언급했다. 당시로부터 20여년 전, 고민 끝에 신문방송학과를 가겠다고 하자 그의 아버지는 “기자는 좋은 직업이 못된다”며 말렸다고 한다. 기자가 되기보다 언론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했더니 “어쨌든 ‘기자놈들’과 가까이해서 좋을 게 없다”고 하셨단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언론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도 바깥세상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던 시절. 신문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내게 기자란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어느 정도의 자기희생이 따라야 하는 무척이나 중요한, 그렇기에 충분히 존경할 만한 직업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온 직업이 ‘기자님’이 아니라 ‘기자놈’으로 불리는 현실을, 그는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이 칼럼에서 “어느 직종인들 그렇지 않을까마는 특히 기자라는 직업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묵묵히 애쓰는 다수가 비양심적인 소수로 인해 매도되기 십상”이라며 “사회 곳곳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성스러운 일이 ‘썩은 고기나 물러 다니는’ 수준으로 종종 격하되는 건 바로 그 소수 탓”이라고 지적했다.
칼럼이 보도된 13년 전에도 언론 불신은 주요한 이슈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 기자조차도 신뢰할 만한 언론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라며 “극단적 자기 부정으로 보이는 이 사태는, 그러나 사실은 내가 아닌, 내 편이 아닌 언론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 해야 맞으며 따라서 한국 언론의 구별 짓기와 파당 만들기에 대한 자기 고백으로 들린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 기자사회를 두고 “발이 타들어 가는 줄 모르고 내 발등의 불을 강 건너 불로 여기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다 “일단 내가 속한 일이라고 여기면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달려드는 모습은 민망하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자도 사람이고 세상일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하지 말자”면서 “권력과 금력에 휘둘리는 검찰과 경찰을 감시하고 돈 받고 답을 고치게 해주는 교사를 비판하려면 기자는 달라야 한다. 그래야 ‘기자님’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는 그가 없는 세상에서 ‘기자님’으로 거듭나야 한다. 갈 길이 먼데 그의 말, 글, 연구가 벌써 그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