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문민정부 시절에도 잡음 끊이지 않은 '엠바고 문제'

[저널리즘 타임머신] (26) 기자협회보 1993년 7월 8일자

기자사회에서 엠바고(보도 유예)를 지키지 않아 징계를 받았다는 뉴스는 심심찮게 들려온다. 엠바고는 공익적 가치가 큰 사안일 때 용인되지만 그에 대한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한다. 27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1993년 기자협회보는 “언론계의 해묵은 관행인 엠바고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며 “새 정부(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엠바고 요청이 부쩍 늘어났다는 비판적 시각과 함께 이를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기자협회보가 지적한 문제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일부 출입처가 엠바고를 파기한 기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놓고 행정부처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과 기자들 편의를 위한 담합성 엠바고 행태다.



그해 감사원, 농림수산부, 국방부, 환경처 등 정부부처 출입기자들 간 엠바고 파기 사례가 잇따르면서 몇몇 언론사가 ‘기자실 1~3주 출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일었다. 기자협회보는 “자기 필요에 의해 최소한의 약속마저 깨버린다면 불필요한 속보 경쟁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드러내는 등 엠바고에 대한 기자들 간의 근본적인 시각차마저 노출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엠바고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언론계 일각에선 엠바고 남발, 특히 뚜렷한 명분 없이 기자들의 편의를 위한 엠바고 결정에 대해서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협회보는 “특히 보도 보류를 결정하고 관철시킬 위치에 있지 않은 현장기자들의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엠바고 결정이 이뤄질 경우 자칫하면 언론사 간의 감정적 앙금만 커지게 될 소지가 있다”면서 “실제 최근 출입기자들 간의 징계 조치로까지 비화된 엠바고 파기 사례의 경우 데스크들의 기사화 요구에서 비롯된 것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우려를 실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엠바고에 대한 언론계의 합리적인 원칙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기사에서 한 재무부 출입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와 사회 공익을 기준으로 엠바고 결정에 충분한 검토와 내부 구성원들의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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