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 있나

[이슈 인사이드 | 뉴미디어] 김연지 CBS 산업부 기자

김연지 CBS 산업부 기자 흑사병의 재앙은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계기가 됐다. 고매한 사제도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걸 보며 교회 권위와 신앙에 회의를 가지게 됐고, 점차 합리적 이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의 탁월한 대가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도 마련됐다.


코로나19는 언론사에도 위기와 동시에 기회를 가져왔다. 잃었던 뉴스 신뢰를 회복하는 데 코로나19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람들은 빠른 정보보다 ‘믿을 만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안전이나 건강과 직결된 정보는 소셜미디어보다 전통 미디어에서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해외미디어 동향에 실린 ‘팬데믹, 미디어의 본질을 묻고 근간을 흔들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3월 둘째 주, 미국 NBC 메인 뉴스는 평균 1200만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이는 2000년 이후 최고 시청률이다. CBS 저녁 뉴스도 시청률이 21%p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과 왓츠앱 같은 SNS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채널로 간주됐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6개국(미국, 독일, 스페인, 한국, 영국, 아르헨티나) 뉴스 소비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이 “SNS에서 잘못된 정보를 확인했다”고 답했다.


안타까운 건, 전통 뉴스의 신뢰도 회복이 반드시 언론사 수익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경제성과 수익성 면에서 미디어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진단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빨리 뉴스 디지털화에 올라선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광고 기반에서 ‘디지털 구독’으로 수익 모델을 바꾼 미디어는 코로나19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유럽에서는 구독 서비스 가입자가 코로나19 이전보다 67%나 늘어났다. 미국도 55%가 증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1분기에만 58만7000명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했다.


뉴욕타임스 CEO는 구독자 증가 비결로 ‘독자들이 실제로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제공한 것’을 꼽았다. 코로나19 관련 뉴스 외에도 홈(home) 섹션을 만들고 가정생활과 관련된 가이드도 실었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감성적인 접근도 필요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신뢰할 만한 정보는 전통 미디어에서 찾는 동시에 ‘내게 유익한 정보와 지식을 주는 뉴스’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유료 구독’을 결정하는 것엔 인지도가 전부도 아니다. 이같은 흐름에 뒤처진 LA 타임스는 이미 감원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할 만한 매체는 너무나 많고 이미 옮겨간 구독자를 돌릴 가능성은 적다.


뉴스 유료화, 구독 서비스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정답은 아니다. 중요한 건 “이용자 뉴스 소비 습관이 변한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다른 매체에는 없는, 이용자가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할 만한 뉴스’를 보도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역량을 기르고 영상 뉴스를 만드는 것 등이 모바일 트렌드에 따라 갖춰야 할 역량이라면, 정확한 정보와 비판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의무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변하지 않을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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