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에 이어 최근 옵티머스, 젠투파트너스 등에서 사모펀드 환매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환매 중단 펀드 판매 규모만 5조6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사모펀드 부실 사태가 도미노처럼 일어나며 관련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라임 사태를 고발해 한국기자상을 받은 조진형<사진>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옵티머스 펀드의 수상한 자금 유출 흐름을 가장 먼저 파헤쳐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조 기자는 “라임은 시장에서 아무도 인지를 못 했을 때 취재를 시작해 좀 어려웠다”며 “반면 옵티머스는 환매가 중단된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만에 취재를 했다. 라임 사태로 기본적 이해가 있어 취재가 수월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펀드는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50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뒤 이 중 대부분을 부실 부동산업체에 투자해 ‘사기펀드’ 의혹을 받고 있다. 조 기자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몇 시간 들여다보니 돈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는 걸 알 수 있었다”며 “라임은 거래가 복잡했고 사기를 숨기기 위해 여러 장치를 써서 들여다보려 해도 한계가 있었는데, 옵티머스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니 옛날부터 감사보고서가 다 있더라. 감사보고서 주석만 봐도 운용사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판매사는 검증 없이 펀드를 팔고, 투자자들도 판매사 말만 믿고 투자를 했다는 점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사기인 데다 규모가 상당하고 권력형 비리의 소지까지 있어 옵티머스 사태는 현재 한국경제 외에도 여러 언론사가 취재해 성과를 내고 있다. 조 기자는 “사모펀드를 몇몇 부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이라 중산층도 상당하다”며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공모펀드가 위축되면서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의 대체제로 육성했다. 다만 사모펀드처럼 운용되니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아 이런 문제가 터진 것인데 금융당국, 금융회사, 운용사들이 응당 책임을 져야 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자본시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기자는 근원적으로 자본시장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7년 자본시장법이 제정됐지만 법이 가파르게 발전하는 자본시장을 따라가고 있지 못해서다. 조 기자는 “옵티머스 사례가 가능했던 것도 변호사란 사람이 법의 열거주의를 교묘하게 비켜가며 사기를 쳤기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이 정말 의지가 있다면 ‘물타기’ 성으로 사모펀드 1만개를 전수 조사하기보다 본질적으로 자본시장법이 현 시장에 맞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금융사, 부동산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일어나는데 땜질식 정책만 내지 말고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