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이 정부의 ‘지상파UHD 방송 3단계 도입정책’ 일정 연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산하 지역방송협의회는 지난 22일 지상파 UHD 도입에 대한 성명에서 “지역방송이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일정을 잠시 늦춰달라는 절박한 건의를 외면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들은 “소요 비용만 16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임금은 깎고 복지를 줄이는, 노동조건의 후퇴까지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고 희생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대한 금액의 UHD 비용까지 겹친다면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협의회는 아울러 정부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UHD로 돈 버는 곳은 가전사이지만 방송사는 투자만 강요받고 있다”며 “지역방송을 유지하려는 정부 정책이 전무하다시피한 지금 UHD 도입 강행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방송이 짊어진 공적 책무를 내려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 배려와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앞서 2017년 지상파 UHD를 도입하고 내년까지 세 단계에 걸쳐 시군 단위까지 UHD를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당초 차세대 방송으로 기대받았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투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고, 최근 경영위기가 가속화되며 지상파 방송사들도 여력이 없어진 상태다.
앞서 지역 지상파 방송사 25개사도 지난 21일 공동명의의 성명을 내고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미디어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매출이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상파는 향후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약 16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3단계 UHD방송 추진은 지상파의 경영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국내 UHD방송장비는 대부분 외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개발된 국산 방송장비를 신뢰하고 사용하기에는 수년 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 “현장에서 UHD 방송장비의 개발 미성숙 등으로 방송제작시간이 HD에 비해 약 5배 이상 더 소요되는” 제작환경 미흡 상태, “UHD방송 시장이 성장하지 모한 상황에서 정책 편성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UHD 프로그램 제작에 무리하게 투자할 경우” 현 경영위기 상황이 증폭될 것이란 점 등을 꼽았다.
이에 지난해 말 지역 지상파들은 UHD방송 3단계 도입 추진 일정 변경과 연도별 UHD 정부정책방향 편성비율 검토 필요성에 대해 공동 합의하고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역 지상파들은 “3단계 UHD방송 도입을 3년 늦추고 다년간 순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방송도입 일정 변경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원활한 UHD방송 도입 및 방송을 위해 TV 제조사의 이익 일부를 공공기금으로 조성하여 양질의 UH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장비 구매를 위한 세제혜택 지원 및 UHD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