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자기검열'하던 기자들

[저널리즘 타임머신] (28) 기자협회보 2001년 7월 7일자

회사자금으로 아들의 해외유학 경비를 내거나 사저에서 쓰는 차량 운전기사 급여를 내는 등 언론사 세무조사로 사주의 민낯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2001년. 기자협회보는 기획 시리즈 ‘위기의 언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를 마련했다. 당시 국세청은 국민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법인과 사주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에 대해서도 탈루 당시 대표이사와 법인을 고발 조치했다. 이들의 혐의는 허위 주식매매 계약서를 작성해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과 증거인멸, 친인척·임직원 등 차명계좌 통한 돈 세탁, 공익재단을 이용한 우회 증여 등이었다.



기자협회보는 기획 취지로 “세무조사로 나타난 우리 언론의 환부는 단순한 대증요법으로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곪아있다”며 “기자사회는 심각한 정신적 공황 내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기자’이기보다 ‘사원’이기를 강요하는 풍토 속에서 기자사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즈 첫 번째 기사인 2001년 7월7일자 <사주 의식한 ‘자기검열’ 체질화>에선 사주의 지면 사유화 문제를 지적하며 소유-경영 분리, 편집권 독립 보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보는 “언론사주의 절대적인 지배구조가 신문제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지면이 파행적으로 제작되고 있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기자들이 국민과 독자들보다 ‘사주의 의중’을 먼저 고려하는 ‘자기검열’이 체질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1999년 언론재단이 실시한 기자의식조사에서 “사주로부터의 편집·편성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자는 81.9%에 달했다. 기자협회보는 “기자들은 사주의 편집권 침해에 제대로 항변조차 못하고 있다. 세습경영이 ‘한번 찍히면 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기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언론사주들의 경영 전횡과 편집권 침해는 언론사주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제도적인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계가) 변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면서 “핵심은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오늘의 상황을 고민하는 기자들과 함께 새로운 언론질서의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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