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

[제357회 이달의 기자상] 안윤학 YTN 사회부 기자 / 취재보도1부문

안윤학 YTN 기자 “제가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습니까… ○○○ 엄마,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씨의 음성 유서를 들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웬만해선 잘 울지 않는 편인데 눈시울이 계속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리포트를 쓰기 위해선 음성 유서를 반복해 들어야 했습니다. 참았던 눈물이 또 쏟아졌습니다. 기사 쓰는 내내 울었던 기억입니다.


슬픔, 그리고 분노. 경비원 사건에 매달린 보름 동안 눈물만 흘렸던 건 아닙니다. 때론 너무 화가 나 마음속에 참을 인(忍)을 새겨가며 기사 쓴 적도 수차례. 기자는 냉정해야 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입주민 가해자엔 화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폭행·폭언으로 공포에 떨었습니다. 이뿐만 아니었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억울했습니다. 자신은 위해를 가한 적이 없는데, 가해자가 쌍방폭행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진단서로 거액의 치료비까지 요구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때려 놓고도 말입니다. 그렇게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서도 재판에 넘겨질 때까지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지난달 12일, 기소 시점에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보도자료를 보다 다음 대목에 시선이 고정됐습니다. “(쌍방폭행) 내용과 상관없고 발병일 등을 가린 별개 진단서 사진을 전송. 협박 혐의.” 두 번째로 쓴 단독보도 내용이었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나쁜 일 하면 반드시 벌 받는다! 비통하게 돌아가셨지만, 경비 아저씨도 하늘나라에선 웃고 계실 것이다…. 경비 아저씨 기사를 쓰면서부터 슬픔과 분노 속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기쁨이 솟구친 순간이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경비원 처우 개선 아파트 보조금 지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보호 및 권리구제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여기에 좀 더 엄격한 법, 좀 더 높은 시민의식이 아직은 필요해 보입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기사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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