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힘듦이 환경문제로 느껴지도록 하고 싶었어요"

[인터뷰] '기후변화의 증인들' 기획… 경향신문 김한솔 기자, 최유진 PD

경향신문 김한솔<왼쪽> 기자와 최유진<오른쪽> PD가 지난 6월부터 녹색연합과 공동기획으로 선보이고 있는 ‘기후변화의 증인들’은 어떤 고민에서 출발한다. 모두가 심각성을 알면서도 기어코 먼 일이라 여겨버리고 마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란 고심이 시작점이다. 그래서 기자와 PD는 제주 해녀, 지리산 산지기, 이상기후 피해 농민, 양봉업자, 산불을 감시하는 산림청 항공과장을 만났다. 보고서 ‘숫자’로 존재하던 기후변화가 누군가에겐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는 위기이자 현실”이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로 거듭났다.



“(환경을 담당하고) 고민이 잘 안 본다는 거였어요.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는데 목숨이 걸린 시급한 문제라고 인식하기도 쉽지 않잖아요. 똑같은 환경 문제도 인터뷰로, 사람 이야기로 쓰면 독자들 반응이 많고 전달력이 좋길래 기후변화도 그렇게 해야겠다 기획을 했고요. 의도적으로 너무 많은 숫자나 통계도 기사에 쓰지 않으려 했어요.”(김 기자)


“최대한 인물 목소리를 중점에 뒀고요. 주인공 설정을 하고 (옛날 사진을 넣는 등) 인물 서사를 넣어 최대한 이입할 수 있게 만들려고 했어요. 이 사람들의 힘듦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넘기는 환경문제로 느껴지도록 하고 싶었어요.”(최 PD)



기획은 녹색연합에서 주최한 동명의 콘퍼런스를 우연히 함께 취재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엔 서로 취재를 온 지도 몰랐지만 이후 두 사람이 같은 취지의 발제를 하며 자연스레 협업을 하게 됐다. 농협과 녹색연합, 관공서 등에 수많은 문의 끝에 ‘증인들’을 섭외하고 지난 4월 말부턴 본격 취재에 들어갔다. 제주와 전남 나주, 강원 철원과 원주 등 전국을 넘나드는 출장, 사이사이 인터뷰 일정이 데일리 업무와 병행돼 매주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김 기자는 “지리산이 좀 힘들었다. 제가 산을 거의 안 가는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최 PD는 “제주 바람이 센 데다 첫 촬영이다 보니 의욕이 앞서 제일 큰 드론을 가져갔다. 개인 짐에 삼각대까지 가져갔더니 신체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해녀들 인터뷰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비행기 시간에 쫓겨 차를 몰고 공항으로 급하게 가다서다 하며 브릿지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렇게 6월22일 기획 첫 회를 시작으로 매주 1회씩 총 4화가 나왔다. 29일 기획 마지막편 출고를 앞뒀다. 둘은 막연히 다가왔던 문제가 이미 매우 구체적인 현실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증인들’의 말은 그러니까 복수의 개별 사건이 아니라 개별 현상에서 비롯된 복수의 사건으로 우리와 무관치 않다. 특히 5화에선 쪽방촌 주민, 건설노동자, 배달 라이더 등에 ‘폭염’이 미치는 영향을 주목한다. 둘은 “일상에서 제일 많이 보는 분들을 동행 취재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쪽방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거 자체가 폭력적이라 느껴져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두 저널리스트의 시도는 언론이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재난은 항상 가장 아래쪽을 향하기에 비수도권, 비도심, 소외계층이 먼저 피해를 보고 있다면 수년 후엔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찌되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위기를 어떻게 일반 시민들이 더 ‘내 일’로 느끼게 할지는 언론에 남은 과제다. 2012년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미래기획팀, 정치부를 거쳐 정책사회부에 이른 김 기자는 “환경이 뜨거운 이슈가 못된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그린뉴딜’을 총정리하는 식으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데일리 기사로 정리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9년 인턴으로 입사, 지난 4월 정규직 전환돼 뉴콘텐츠팀에서 일해온 최 PD는 “대대적으로 구성을 한 기획은 처음이었고 많이 배웠다. 학생 때부터 관심 있었던 환경 이슈를 꾸준히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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