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캐릭터' 나오는 영화·드라마, 기자 일상 몇 %나 반영하고 있을까

[평면적·이분법적인 캐릭터]
정의 혹은 불의… 기자상의 판타지
공명심이란 키워드에 항상 얽매여

[약하게 그려지는 '여성 기자']
남성 기자는 프로페셔널한 이미지
여성은 훈육 필요한 존재로 그려져

최승영 기자 | 2020.07.29 12:42:52

기자 캐릭터가 주요하게 등장하는 드라마가 잇따라 방영을 예정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기자 직군은 꾸준히 등장해 왔기에 낯선 일은 아니지만 대중매체 전반이 기자를 다루는 평면적이고 이분법적인 방식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SBS는 새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주연으로 권상우·배성우 캐스팅을 확정 짓고 오는 10월 말 방영을 예정하고 있다.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변호사와 기자의 이야기로, 실제 박준영 변호사와 ‘셜록’ 박상규 기자가 ‘재심 3부작’을 취재, 보도, 재판 승소하던 과정이 작품 토대가 됐다. 박 기자는 직접 대본을 쓰게 돼 드라마 작가로 입봉한다. 앞서 JTBC는 드라마 ‘허쉬’(가제)의 주연으로 황정민·임윤아를 캐스팅하고 올해 하반기 방송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기자 출신 정진영 소설가의 ‘침묵주의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신문사를 배경으로 직장인 기자들의 생존과 양심, 그 경계의 딜레마를 다룬다.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최근 10년 새 기자 캐릭터가 주연급으로 다뤄진 드라마들은 MBC ‘스포트라이트’(2008), MBC ‘히어로’(2009~2010), SBS ‘피노키오’(2014~2015), KBS2 ‘힐러’(2014~2015), SBS ‘조작’(2017), SBS ‘질투의 화신’(2016), tvN ‘아르곤’(2017), JTBC ‘미스티’(2018)처럼 거의 매년 끊이지 않았다. 영화 역시 ‘내부자들’(2015), ‘1987’(2017), ‘택시운전사’(2017) 등 최근 국내 흥행작들에 기자가 주요하게 등장했고, 해외작인 ‘스포트라이트’(2016), ‘더 포스트’(2018)처럼  저널리즘의 과정 자체가 주제가 되는 영화도 지속 이어졌다.


다만 이 같은 양적인 조명 이면에선 국내 대중매체 전반이 기자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의 혹은 불의의 사도’이거나 “재수 없는 인간”, “권력에 유착하거나 기생해 득을 보는 사람” 정도로만 표현되는 안이함에 대한 비판이다.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박희아 대중문화 평론가는 “기자는 ‘선과 악’이란, 드라마에 필요한 구도에서 한쪽에 놓이기 쉬운 직업이고, 이 강력한 구도 아래 개성 있고 입체적인 기자 캐릭터가 나오긴 쉽지 않다”면서 “기자를 ‘기레기’라고 비판하는 현실을 맥락에 둔 채 사람들이 보고 싶은 기자상의 판타지를 그냥 반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장르물의 흥행과 맞물려 재조명되는 형사, 검사, 의사처럼 기자 캐릭터는 공명심(정의로움)이란 키워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반 회사원은 자기 이윤을 위해 살아도 되지만 힘을 가진 그들이 그래선 안 된다는 동경이 깔려있다고 본다”고 했다.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대중미디어는 대중의 통념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실제 기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제대로 작동 못할 때의 인상만 강하게 남고, 통념에 대한 편승이 반복되며 부정적 인상만 가중되는 모습”이라며 “훌륭한 기자여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해선 주목받지 못하고 돌출행동이나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언론인들이 더 각광을 받으니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라 했다.


영화 '1987' 포스터

여성 기자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다. 김수정 노컷뉴스 기자는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나 JTBC ‘허쉬’처럼 항상 남성 기자는 프로페셔널하거나 실력을 갖춘 존재로 그려지고 여성 기자는 훈육이 필요한 존재로 그려진다. ‘미스티’에선 여성앵커의 고충을 전하긴 했지만 초중반부까지 야망에 치우친 또 다른 후배 여성기자와 다투는 식으로 풀어내기도 했다”며 “나름의 발전은 있었지만 젠더 관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배동미 씨네21 기자는 “오래 전부터 기자를 다룬 영화는 꾸준히 있어왔다. 다만 경찰과 관련해 ‘버디무비’란 장르가 있었다면 기자 이야기나 저널리즘 영화는 사회고발 드라마 등의 부분으로 다뤄져온 듯하다”면서 “기자 개인의 돌파력이나 캐릭터가 부각된 영화보다 자료에 자를 대고 보며 뒤적이는, 매일 묵묵히 시간을 투여하는 기자의 모습이 나온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스포트라이트’ 같은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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