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10항쟁 이후 한국 언론계는 큰 변화를 겪었다. 1980년 제정된 언론기본법이 1987년 폐기되면서 언론자유 시대를 맞았고, 한편으로는 무한 경쟁체제에 뛰어들었다. 6·10항쟁 3주년을 맞은 1990년 7월, 기자협회보는 그간의 언론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명암을 짚는 기획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했다. 21개 신문사(서울 12곳, 지역 8곳, 통신 1곳)의 1989년 회계감사보고서를 입수, 회계사의 자문을 얻어 이를 집중 분석했다.
기자협회보는 1990년 7월6일자 기획 첫 기사에서 “(6·10항쟁 이후) 3년 동안 언론계에 일어난 큰 변화를 꼽으라면 신문발행의 자유화에 따른 인쇄매체의 폭발적 증가와 언론민주화세력(또는 비판세력)의 조직화를 들 수 있다”며 “그러나 기자협회, 언론노조 등의 줄기찬 언론민주화투쟁에도 한국 언론의 체질개선은 아직도 너무나 불충분하다. 우리는 여기에 언론사간 무한경쟁의 폐해를 덧붙이고자 한다”고 했다.
기사에 따르면 1987년 서울에서 발행되는 종합일간지는 6개였지만 1989년 10개로 늘었다. 지역지의 경우 같은 기간 10개에서 30개로 급증했다. 기자협회보는 이를 두고 “카르텔 체제의 붕괴”라고 표현했다. 언론사간 경쟁이 폐해를 야기한 원인에 대해선 ‘언론’으로서의 페어플레이가 아닌 ‘기업’으로서의 생존경쟁이란 측면이 보다 강하게 부각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자협회보는 “발행의 자유화나 언론사간 경쟁이 언론의 질적 개선에 부정적 영향만을 미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언론매체의 양적 증가가 곧바로 사회적 진실의 심층적 인식이나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변 등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우리들의 잠정적 판단”이라고 했다.
언론사 회계보고서에선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드러났다. 1989년 신문판매매출액 대비 광고매출액의 비율이 조선일보는 72.4%, 한국일보 76.6%, 서울신문 63.3%, 한겨레 59.4%로 집계됐다. 기자협회보는 “한국 신문들은 전체수입의 7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경영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제작편의와 광고유치를 노려 남발되는 각종 특집은 기사와 광고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기자협회보가 예측한 한국 신문산업(경영적 측면)의 미래 모습은 △광고(유치)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신문사간 총체적 역량 격차 심화 △판매경쟁의 과열화(경품 무차별 살포 등) △CTS 도입 등 대규모 시설투자발 경영위기 등이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애써 쌓아온 언론자유운동이나 공정보도투쟁도 우리가 몸담은 신문산업 자체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없는 한 엄연한 한계성을 지닐 수밖에 없음을 절감한다”면서 언론계 스스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