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수신료,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때

[글로벌 리포트 | 독일]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 2020.08.12 15:05:48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독일에선 방송수신료를 ‘방송분담금’(Rundfunkbeitrag)이라는 명칭으로 징수한다. 2013년 이전까지는 ‘방송수수료’(Rundfunkgebuhr)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후부터는 관련법 개정에 따라 용어를 변경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독일공법상 ‘수수료’와 ‘분담금’은 세금을 징수하는 명목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수수료가 ‘실제이용’을 전제로 요금을 청구하는 반면 분담금은 ‘(이용)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부과하기 때문이다. 명칭이 변경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분담금 징수대상도 확대됐다. 2013년 이전까지는 공영방송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가정별로 소유하고 있는 방송수신기기를 근거로 수신료를 책정ㆍ청구했다. 하지만 방송분담금으로 개념이 변화하면서 ‘(이용)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들로 대상이 확대되었고, 그 결과 거주등록된 가구 전체가 방송분담금 납부의 의무를 지게 됐다. 새로운 개념이 도입된 이후 방송분담금 납부와 관련한 법정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 내용도 방송분담금 징수 위헌 여부, 납부거부자에 대한 강제행정절차의 합법성, 상업방송과의 불공정경쟁 야기 등으로 다양했다.


2018년 7월, 카를스루에 연방헌법재판소는 방송분담금 징수가 합법이라는 최종판결을 내리며 논쟁을 종식시켰다. 판결문의 내용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연방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을 상업방송과 경쟁하는 단체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공영방송은 신중한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방송사업자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방송사업자의 다양성을 통해 개인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분담금 명목으로 청구되는 방송분담금은 위법이 아니며 적절한 조치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방송분담금 납부거부에 관해선 개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공영방송서비스와 접촉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를 고의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징수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 이용료에 따른 수수료가 아닌 분담금의 의미를 명확하게 했다. 방송분담금 책정수준과 이용에 대해서도 재정운영 및 징수근거에 관한 정보가 공개적으로 제공되고, 독립기관 및 16개 주의 합의로써 결정되기 때문에 독일기본법의 확실성 요구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분담금의 특성상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기여하는 것을 전제하기에 다주택자들의 중복납부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방송분담금이 도입된 후 공영방송사들의 행보는 더욱 바빠졌다. 공영방송사의 콘텐츠를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기간 동안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저작권 확보에 나섰고, 이탈하는 젊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전용 채널도 신설했다. 인력재배치 및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운영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제2공영채널인 ZDF는 정치권의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최고의결기관인 ‘텔레비전위원회’(Fernsehrat)의 정당추천인사쿼터를 대폭 줄인 후 그 자리에 이민자와 성소수자 등 사회약자 대표들을 충원했다. 이 모든 작업이 방송분담금 도입에 따른 결과라고 하긴 어렵지만,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임이 분명하다.


국내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현실화와 관련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독일의 방송분담금 개념을 설명한 이유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지상파방송의 광고수익 감소에 따른 재정난을 겪고 있으므로 수신료 현실화는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공영방송은 공적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에 따른 콘텐츠 플랫폼처럼 수수료를 징수한다면 또 다시 한계에 봉착할 여지가 충분하므로 새로운 개념과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공영방송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정의한 사례도 있으니 이를 기반으로 논의를 검토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기에 앞서 공영방송 운영을 둘러싼 문제들의 해결과 보완이 전제되어야만 ‘현실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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