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넷플릭스 제휴…"국내 미디어 생태계 교란 신호탄"

언론노조‧PD연합회‧방송협회 "국내 OTT 보호책 마련돼야"

최승영 기자 | 2020.08.13 17:15:07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협회가 최근 KT와 넷플릭스의 제휴를 미디어 생태계 파괴로 규정하고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제휴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 국내 OTT 성장을 위한 법제 마련, 통신사들의 사회적 책임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대응 요구가 나온다.

언론노조와 한국PD연합회는 13일 ‘KT와 넷플릭스 제휴는 한국 미디어 생태계 교란의 신호탄이다’ 제하 성명을 내고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정부의 OTT 글로벌 사업자 육성 의지와는 무관하게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유료방송 1위 사업자와 글로벌 OTT 자본이 오직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셈”이라며 “웨이브‧티빙 등 국내 OTT와의 협력보다 2등 사업자를 따돌리려는 KT의 욕망이 국내 통신망을 필요로 하는 넷플릭스와 만나 이용사‧시민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T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오는 8월 3일부터 올레 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KT 모델들이 올레 tv에서 제공하는 넷플릭스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뉴시스)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1위인 KT는 최근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8년 말 LGU+와 제휴를 시작한 이래로 통신3사와 SO 등에도 제휴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고, 이번 KT와의 제휴도 연장선상에 놓인다.

두 단체는 앞서 정부가 제시한 정책안을 거론하며 “KT는 이런 발전방안을 비웃기라도 하듯 점유율 규제 완화를 이용하여 가입자를 더욱 늘리기 위해 넷플릭스와 제휴함으로써 국내 OTT와 글로벌 OTT 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놓고 있다”며 “이후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또 다른 글로벌 OTT 자본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때 통신 기업이 보여줄 행보의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말 7개 부처 합동으로 구성된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국내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2022년까지 OTT 글로벌 사업자를 최소 5개 이상 만들겠다는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이하 ‘발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방안은 SO‧IPTV의 시장 점유율 3분의 1 제한 폐지 등 통신 3사가 대부분을 점유한 유료방송 시장의 독점을 더욱 촉진할 것이고 콘텐츠 산업 육성엔 불과 100억원의 작은 예산만 할당돼 우려가 나왔는데, KT와 넷플릭스의 제휴는 이 와중에 이뤄졌다.

이들은 이에 국내 미디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육성, 국내 OTT 사업자가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 선행, 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책임 등을 거론하며 △정부가 발표한 ‘발전방안’ 목표에 역행하는 KT 등 통신 3사의 글로벌 OTT 제휴에 대한 경쟁상황 평가 실시 △‘발전방안’에 지상파 방송사 등 국내 OTT 제작 지원 방안 마련 △글로벌 OTT 사업자와 제휴해 얻은 통신3사의 이익을 미디어다양성에 쓰일 기금으로 징수하는 안 등을 방통위, 과기부, 국회에 요구했다.

한국방송협회도 지난 12일 ‘KT는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철회하라!’란 제목의 성명을 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각성과 정부 당국의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방송협회는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보다 손쉽게 해외에 알릴 수 있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넷플릭스 제휴에 대한 우호적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눈앞의 이익에 취해 예견된 환란에 눈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콘텐츠 제작사들과 플랫폼 사업자들이 넷플릭스를 선호하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급등시킨 출연료와 작가료 등 제작 요소비용으로 기존 미디어들은 제작을 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기현상 속에 갇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가 한 국내 영화배급사와의 콘텐츠 공급협상 중 토종 OTT에 공급금지를 요구’했다는 한국일보 보도, ‘아시아권 유력 플랫폼인 Hooq의 폐업, iFlix의 중국업체 인수’ 등을 거론하며 로컬 미디어가 글로벌 자본에 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방송협회는 정부에 △방송산업 재원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책 시행 △토종 OTT 보호 및 육성방안 마련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한 현실적‧실효적 대응방안 수립을 요구했다. 더불어 KT에는 △국가적,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재인식하고 책임있게 행동할 것 △넷플릭스와 제휴 철회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간 역차별 해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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