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끼리의 육탄전과 방통위원장의 전화 논란 이후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의 화제성은 반감된 것 같다. 그러나 이 사건과 언론의 문제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보수세력은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이라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권력의 기획이란 것이다. KBS의 전직 채널A 기자 구속사유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가 의혹을 키웠다. 조선일보 등은 서울중앙지검 핵심 인사를 진원지로 지목했다. 이 문제는 하루만에 진위가 판별됐다는 점에서 공작(?)으로 보기 어렵다. 보수세력 주장을 받아들여도 ‘검찰발 보도’ 문제 이상은 아니다. 크로스체크 등 취재와 데스킹 실패의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러나 사태의 시발점이 된 MBC 보도 문제는 다르다. ‘함정 취재’ 의혹은 따져볼 문제다. 의심대로 자칭 ‘제보자X’ 지모씨가 존재하지도 않는 정치인 로비 장부를 빌미로 채널A 기자를 유인하는데 기자가 직접 관여했다면 팩트를 보도만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생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JTBC의 정유라씨 체포 보도를 두고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당시 취재 기자는 정유라씨가 은신처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도주를 우려해 덴마크 현지 경찰에 신고했고, 체포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은신처에 있다’는 건 발굴된 팩트지만 ‘체포됐다’는 건 경찰 신고의 결과란 점에서 논란은 불가피했다.
MBC 보도가 이런 사례인지 절차를 통해 짚어봐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권언유착’을 입증하려면 정치권과의 연관성이 밝혀져야 한다.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볼 일이다. 보수세력은 이항대립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권언유착’이라고 해서 ‘검언유착’ 의혹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행위에 착수한 동기와 행위 자체는 별개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언유착’과 ‘검언유착’은 모두 사실일 수도, 모두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검사와 기자가 같은 편이라는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4월 박영수 특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평소 친분이 있던 모 주간지 편집장의 청탁을 받고 문체부 감사담당관을 중복 감찰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 주간지가 위탁 출판 해오던 문체부 정책홍보물 제작비가 감액되자 평소 친분이 있던 우병우 전 수석에게 민원(?)을 제기해 문체부 공무원에 대한 보복을 시도했다는 거였다. 특검은 이 주간지가 우병우 전 수석 취임 직후 검사 시절 무용담 등이 포함된 속칭 ‘띄워주는’ 기사를 지면에 실은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나 검찰은 특검이 적용한 이 혐의를 기소 내용에서 제외했다.
검찰이 제 머리 깎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사건 특성상 의심을 받는 검사 본인이 성실히 조사에 응해야 하지만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해태의 핑계가 되고 있다. 권력이 이런 ‘외압’을 굳이 부정하지도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진상이 밝혀지는 건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권언유착’이든 ‘검언유착’이든 본질은 똑같다는 생각이다. 본인이 ‘타깃’이었다고 믿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4월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거라며 “취향껏 골라잡아야 한다”, “각자 해석하는 거다”라고 했다. 밝히라 하는 사람은 바보가 되고 안 밝혀진다고 하는 사람은 “거봐라”하게 되는 이상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