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철인3종경기 유망주의 극단적 선택

[제358회 이달의 기자상] 이심철 TV조선 전국부 기자 / 취재보도1부문

이심철 TV조선 기자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가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말이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고, 딸의 억울함이 밝혀지지 않을까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의 불안은 그럴만했다. 6개월 동안 최 선수를 보호하고 지켜줬어야 할 기관들은 외면했다. 기관들은 꽃다운 유망주를 잃은 뒤에서야 ‘칼’과 ‘붕대’를 들었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최 선수가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그 문자를 받고 어머니는 최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많은 기자들이 최 선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묻혔을지도 모를 진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녹음파일을 들으면서 그 때 그 현장에 가 있었고, 남긴 훈련일지를 읽으면서 고통을 나누려고 노력했다.


이 진실은 ‘기자정신’에서 나왔다. 이 사안을 다룬 기자들은 모두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진실을 존중했다. 진실은 취재를 통해 하나씩 알려졌고,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수년 동안 되풀이되던 체육계의 부조리는 여러 차례 나온 대책에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는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와 또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최숙현 선수는 남은 이들에게 ‘용기’를 줬다. 동료선수들은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했다. 이제 그 용기에 답하는 것은 정부와 제도의 몫으로 남았다. 아직도 선수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통을 받아도 마음 편하게 호소할 곳은 찾기 어렵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두가 인정하는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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