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새 CEO가 상징하는 디지털 혁신 과제

[언론 다시보기] 노혜령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노혜령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뉴욕타임스가 오는 8일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새 수장으로 맞는다. ‘최연소(49세)이자 두 번째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기록으로 떠들썩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뉴스 수익화’ 전문가가 뉴욕타임스 미래의 키를 쥐었다는 점이다. 그는 기자 경험이 없다. 대신 ‘뉴스 수익 모델’을 혁신해 온 이력이 빼곡하다. 버지니아 대학에서 수사학과 역사를 전공한 레비엔의 첫 직장은 컨설팅 회사였다. 그 회사 오너가 적자 ‘디 애틀랜틱’을 인수해 흑자로 돌려놓고 디지털 네이티브 고학력자들을 핵심 독자로 삼는 ‘쿼츠’를 창업한 미디어 혁신 기업가 데이비드 브래들리였다. 그는 디 애틀랜틱을 인수하면서 레비엔을 광고 디렉터로 앉혔다. 덕분에 레비엔은 당대 최고의 미디어 기업가와 손발을 맞추며 혁신을 경험했다. 2008년에는 포브스로 옮겨 적자를 흑자로 바꾸는데 성공한다. ‘브랜드보이스(Brandvoice)’라는 조직을 만들어 당시로선 낯설고 논란의 대상이었던 네이티브 광고를 도입한 게 주효했다. 여기에 프로그래머틱 광고를 양대 전략으로 디지털 광고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 명성 덕에 2013년 뉴욕타임스 광고 책임자로 영입됐다. 그 이듬해, 기자, 동영상 PD, 개발자, 전략가, 소셜 미디어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네이티브 광고를 만드는 ‘T 브랜드 스튜디오’ 설립을 주도해 성공시켰다. 2년 뒤 최고매출 책임자로, 다시 2년만에 COO로 올라설 때 각각 ‘구독’과 ‘상품 개발’을 추가로 맡았다. 뉴욕타임스 4대 핵심 영역인 뉴스룸, 구독, 광고, 상품 개발 중 ‘저널리즘만 빼고’ 뉴스 비즈니스를 두루 경험한 것이다.    


미국 언론계에서 ‘상품’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편집국 콘텐트, 수익화, 그리고 기술을 결합해 조화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마인드 셋”으로 상품개발을 정의 내린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관점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 혁신이 우선 순위 최상단에 있다. 뉴욕타임스의 상품팀은 700명으로 뉴스룸 다음으로 큰 조직이다. 그 중심에는 ‘독자-퍼스트’와 기민한 실험과 개발이 자리한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상품 개발은 핵심부서다. 한때 편집국과 비즈니스 부서가 마주치지 않도록 엘리베이터를 분리했다는 시카고트리뷴의 일화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이제는 두 집단의 분리가 아닌, 효과적 협력이 화두다. 객관주의와 기자 전문성을 양대 축으로 편집국 독립을 금과옥조로 삼는 영미식 저널리즘 원조국의 이런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특정 이해집단과 독립적으로 팩트에 기반해 보도하는 저널리즘 관행은 여전히 뉴스의 핵심 가치다. 문제는 수익 모델이 무너지면 질 높은 저널리즘 구현이 더 멀어진다는 점이다. 마음에 안드는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는 이 정파주의 시대에 공영화는 공론장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대중이 파편화된 21세기의 독자 지형을 새로 연구하고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시장은 부작용이 많은 제도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저널리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시장 DNA 소멸이다. 레비엔이 저널리즘과 상업성이라는 두 모순된 가치의 디지털 시대 새 균형점을 보여줄지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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