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대주주, 구성원에 귀기울여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지난 7월24일 종편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N 경영진들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시청자와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건 MBN 노조와 MBN 기자협회, MBN PD협회 등 구성원들이었다. 구성원들의 통렬한 반성은 언론사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정작 이 사태를 초래한 경영진은 염치와 담을 쌓은 모양이다. MBN이 내세우는 공정과 신뢰는 불법 경영진들로 인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경영진은 찾아볼 수 없다. ‘미안하다’ ‘달라지겠다’는 그 흔한 사과와 반성의 한마디 내놓지 않았다. 자리보전에 급급한 모습만 보인다. 후안무치가 이를 데 없다.  


MBN의 위법행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이 임박했다. 현행법상 승인 취소, 6개월 이내 업무 정지, 광고 중단 등을 명할 수 있는데, 처분 결과가 어떻든 타격이 불가피하다.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현실이라 MBN 사원 500여명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경영진이 사퇴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라는 요구는 이런 절박함에서 나왔다. 그러나 경영진의 안중에 구성원과 시청자는 없다. 대주주만 바라보는 듯 하다.


MBN 대주주인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작년 11월 검찰이 경영진을 기소하자 MBN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받아간 퇴직금은 36억8300만원. 규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이라지만 액수가 통상적인 퇴직금의 6배나 됐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누적 결손금이 405억원에 달하는 회사에서 36억원을 현금으로 챙겨갔다니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 와중에 장대환 회장의 아들인 장승준 MBN 공동대표는 승진했다. 장 회장은 노조가 사퇴를 요구하는 장승준 MBN 대표를 매일경제신문의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장 대표는 1심에서 이유상 매일경제신문 부회장(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 류호길 MBN 공동대표(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와 함께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악의 경우 승인 취소로 회사가 문 닫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퇴직금으로 36억원을 챙겨가고 구성원의 절박한 목소리를 승진으로 무시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주 일가의 이익만 취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대주주가 자초한 일이다.


대주주의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MBN 사업 중 부동산 개발·공급·임대사업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 MK디엔씨를 설립하는 물적 분할을 밀어붙이고 있다. “방송사업 본연의 공적·공익적 목적을 추구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고 분할 목적을 밝혔지만 노조는 “수익성이 확실한 부동산 부문을 떼어 내면 MBN의 부실화가 자명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경영진 사퇴 촉구 1인 시위’를 벌인 MBN 노조가 6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조는 △경영진 즉각 퇴진 △소유 경영 분리 선언 △부동산 수익 창출에 매몰하지 말고 콘텐츠에 투자하는 토대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석채 MBN 노조위원장은 ‘대주주의 무한권력’을 언급했다. 모든 지시가 구두로, 턱짓으로, 눈짓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개방과 소통이 사방으로 흘러야 할 언론사에 오만과 불통, 공감 부족만 가득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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